[번지는 性접대 파문] 김학의 법무차관 전격 사퇴… 다음은 누구? 대학병원장·전현직 경찰 간부 연루 의혹
입력 2013-03-21 22:36 수정 2013-03-22 10:04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접대 의혹 파문으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사퇴하면서 사건 전말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도층 성접대 사건은 지난해 11월 여성 사업가 A씨가 건설업자 윤씨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나에게 약물을 먹여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며 촬영한 동영상을 이용해 돈과 외제차를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있다”며 윤씨를 고소했다. A씨는 이후 ‘해결사’를 이용해 윤씨에게 빌려줬던 승용차를 되찾았는데 이 차에서 성접대 동영상 CD가 발견됐고 이 동영상에 고위 공직자로 보이는 남성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소문은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전·현직 고위 공무원뿐만 아니라 변호사, 은행 지점장 등이 드나들었으며 거액 도박과 내기 골프가 벌어졌다는 데까지 확산됐다. 윤씨는 통상 금요일에 6∼12명을 초청해 별장 인근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치고 별장에서 술자리와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별장 지하의 작은 방에서는 1인당 수백만원씩 판돈이 오가는 포커판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석 바닥에 원목가구로 꾸며진 별장은 찜질방, 당구대, 노래방 기기 등을 갖췄으며 초대받은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길게는 2박3일까지 머물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고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성접대 동영상이 있고, 여기에 김 차관이 등장한다는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아 김기용 경찰청장이 교체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8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윤씨가 별장에서 주말마다 술자리를 열고 성접대를 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윤씨 측근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김 차관을 자신이 직접 접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성접대 현장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제출받아 등장하는 남성이 누구인지 분석 중이다.
컴퓨터 파일 형태의 동영상은 약 2분 분량으로 한 남성이 여성의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을 봤다고 알려진 윤씨 조카는 경찰에서 동영상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에게서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넘겨받아 관련 동영상을 찾고 있다.
현재 성접대 의혹 대상자로 지목되는 인물은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와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전·현직 국회의원, 대학병원 원장 등이다. 유력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 등의 이름도 나온다.
성접대 의혹에 휩싸인 이들은 대부분 부인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개인 트위터에 “고위층 성접대 관련자로 허준영의 이름이 돈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음해”라며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감사원 간부 B씨는 “별장에 가자는 권유를 받은 적은 있지만 윤씨가 나에게 돈을 요구한 적이 있고, 별장에 계속 초대하는 것이 꺼림칙해 가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일반직 고위 공무원 B씨는 “지난해 윤씨 별장에 두어 번 간 적은 있지만 성접대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씨가 병원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병원 원장은 “별장에 한 번 구경 오라고 해서 1∼2년 전 토요일 밤에 간 적이 있지만 저녁 먹고 새벽에 바로 올라왔다”며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