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性접대 파문] “인사가 아니라 참사”… 잇단 인사 검증시스템 구멍에 靑 망연자실
입력 2013-03-21 22:36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21일 전격 사퇴하자 청와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끊이지 않는 인사 잡음에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사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긴 있다. 인사가 아니라 참사”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당초 청와대는 고위층 별장 성접대 스캔들에 김 차관의 실명이 거론됐을 때만 해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볼 뿐이며,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실제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김 차관의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증권가 정보지 등을 중심으로 수개월 전부터 관련 소문이 났고, 청와대 민정라인은 김 차관 검증 과정에서 별도 확인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차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었고 청와대도 이를 믿은 채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근거가 없는 루머로 파악했다고 해도 향후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한 인사를 새 정부의 사정라인 고위직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차관의 사표 제출은 당연한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은 물론 차관 인사과정에서 나타난 부실한 인사검증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전원 문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성접대 의혹을 인지한 상태에서 김 차관을 발탁한 것이 확인되면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혹감 속에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새 정부의 인선에서 이어지고 있는 인사 문제가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4·24 재보선에서 악재가 될까 우려하는 기색이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