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정부조직법 장기 대치… 정치력 한계 노출
입력 2013-03-21 18:52
여야가 당초 합의한 ‘정부조직법 20일 본회의 처리’에 실패한 데 이어 21일에도 오후 4시 열려던 본회의를 연기하는 등 이견만 계속 노출시키며 정치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여야는 오전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잇따라 열어 지상파 방송사의 무선국 허가권 문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제 범위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지상파 방송사의 무선국 허가권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방통위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SO 등 뉴미디어사업의 변경허가 관할권을 놓고 새누리당은 미래부를, 민주당은 방통위를 주장하며 대치했다.
상임위 차원의 합의가 안 돼 오후에 원내대표단이 접촉했지만 역시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때문에 통상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를 2시간 늦춘 오후 4시에 열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타결이 이뤄지지 않아 회의를 열지 못했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중재자로 나섰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 의장은 오전 10시40분 국회의장실에서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윤관석 원내대변인을 만난 데 이어 11시에는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면담했다. 강 의장은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하기로 국민과 약속했으니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배성례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강 의장의 당부에 여야는 상대 탓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는 진전이 없으면서 설전만 뜨거웠다. 새누리당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당익을 위해 합의문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넣거나 기재된 걸 고치자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상파 방송사 인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무선국 인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무선국 허가권을 미래부가 가져가겠다는 것은 방송 장악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안 제출 뒤 47일이나 허비하면서 여야가 스스로 마련된 합의안을 놓고 재차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에게 체감되지 않을 지엽적인 문제로 50일 가까이 싸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당은 원칙에 매몰돼 융통성을 잃었고, 야당은 방송 장악이라는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백민정 유동근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