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감사팀-서남대 유착의혹 사실로
입력 2013-03-21 18:44 수정 2013-03-22 00:32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관실 직원과 ‘사학비리의 대부’ 이홍하(74)씨와의 유착 의혹(국민일보 3월 12일자 1·8면 보도)이 사실로 확인됐다. 교과부에서 서남대 등 사학 감사를 담당했던 양모(38) 주무관(6급)이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8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간부 출신을 감사관으로 앉혀 사학비리를 척결하겠다던 교과부가 실제로는 집안 단속조차 제대로 못하고, 비리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사학감사팀 소속이었던 양씨는 이씨로부터 2011년 3월 300만원을 비롯해 4~5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받았다. 양씨가 감사 업무로 전남 지역에 내려왔을 때나 이씨가 양씨의 서울 집으로 직접 찾아가 현금으로 전달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양씨는 지난해 5월 태국 방콕의 한글학교에 파견 근무할 당시에도 승용차 구입 명목으로 1000만원을 이씨에게 요구해 달러로 송금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그 대가로 양씨는 사학 감사정보를 이씨 측에 흘렸다. 사학감사팀은 전국 사립대에 대한 감사 시기와 방법 등을 결정한다. 서남대는 2011·2012년 교과부 정기 감사에서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양씨 구속으로 교과부가 내부비리에 둔감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있다. 교과부는 양씨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지금 양씨는 교과부 내에 없다. 국사편찬위에 있다. 검찰에서 통보 오면 조치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 감찰 등 재발방지책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2010년 3월 교육비리 근절 방안으로 영입된 부산고검 부장검사 출신 박준모 감사관도 내부비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박 감사관은 2년 가까이 양씨를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으면서도 이씨를 비호하며 감사정보를 빼돌리는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 양씨는 2007년 8월 1일~2011년 12월 31일 감사관실에 근무했다.
특히 양씨는 감사관실에서 나가 해외 파견 중이던 지난해 5월에도 1000만원을 받았다. 대학가에서는 양씨 외에도 비리에 연루된 교과부 관계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씨 연루 의혹을 보도한 본보 보도에 모르쇠로만 일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가 사전에 이씨에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라고 이주호 당시 장관이 내부 감찰을 지시했는데도 흐지부지되는 등 감사관실이 내부비리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취임 당시 박 감사관은 “검사 출신이 감사관으로 부임하고 제 구실을 못하면 그 이후에는 사정기관의 칼날이 교과부를 겨냥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었다.
한편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일부 검찰 직원들이 이씨 측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직원 3~4명이 (이씨 측과) 수년 전 식사했다. 다른 (접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