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4개국 순방… ‘大國 외교’ 첫걸음
입력 2013-03-21 18:3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취임 뒤 첫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3개국 방문으로 대국 외교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순방에서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중·러 양국 협력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순방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자원 외교 차원이다. 시 주석은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러시아와 북한 핵 문제 논의=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부부장 청궈핑(程國平)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을 막겠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계획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오랫동안 끌어온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문제도 주요 의제다. 시 주석은 24일까지 48시간이 채 안 되는 러시아 체류기간 동안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연설을 포함해 20가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교 49주년을 맞은 탄자니아에서는 경제 무역 문화 교육 위생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문서에 서명하며 남아공에서는 수교 15주년을 맞아 무역 과학기술 여행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특히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순방에 동행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부인 줘린(卓琳), 장쩌민(江澤民) 부인 왕예핑(王冶坪), 후진타오 부인 류융칭(劉永淸) 등 역대 최고 지도자 부인들은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군자는 말에 책임을 진다=시 주석은 해외 순방을 앞두고 지난 19일 브릭스 5개국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군자의 한마디는 주워 담지 못한다. 우리는 한 말에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중국이 평화발전의 길을 갈 것이며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용한 말이다.
이는 주변국들로부터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강한 어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홍콩 명보(明報)가 21일 보도함으로써 알려졌다.
그는 또 “재상은 주부(州部)에서 나온다”면서 지방 경력은 당 간부의 기본 요건이라고 밝혔다. 주부는 고대 중국의 지방 행정조직을 말한다. 한비자 ‘현학편(顯學篇)’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실제로 지방행정 경험 없이는 정치국 위원으로 발탁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적용되고 있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만 할 뿐 완성 시기는 없다”며 개혁개방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