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요직 두루거친 공안통… 박한철 헌재소장 후보자 ‘합리적 보수’
입력 2013-03-21 18:16 수정 2013-03-21 22:27
검찰 출신 첫 헌법재판소장에 지명된 박한철 헌법재판관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검사 재직 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내 ‘공안통’으로 분류되지만 기획과 특수수사 분야 요직도 두루 거쳤다. 독일 유학파이며 법리와 법체계에 밝은 학구파 법조인이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총괄하는 3차장으로 있을 때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을 맡아 무려 59건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 10차례나 윤씨를 기소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때는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았다. 대검 공안부장이던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지휘했다.
헌법재판관으로서는 경찰버스를 이용한 집회 장소 봉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선거운동 등 사건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를 앞두고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서울광장을 막은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당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SNS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때도 소수인 합헌 의견을 밝혔다.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 사상 현직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되는 첫 사례가 된다. 소장으로서의 임기는 재판관(6년) 잔여 임기인 2017년 1월까지로 예상된다. 2011년 1월 헌법재판관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법사위원 만장일치로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다만 검찰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4개월간 근무하며 2억4500만원을 받아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내정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 재판은 민족공동체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각오로 신중히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늘 재판 기록을 싸들고 다니며 고민한다”고 말했다.
△부산(60) △제물포고·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3회 △속초지청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동부지검장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