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사이버테러 파장] 美 북한인권감시단체 홈피도 해킹 피해

입력 2013-03-21 18:16 수정 2013-03-21 22:27

미국의 북한인권 단체도 한국 방송사와 은행들이 해킹 공격을 받은 비슷한 시간대에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DC 소재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0일(현지시간) 해킹 공격 사실을 공개하며 북한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복구 작업과 함께 원인 규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해킹을 당한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히트맨 007-킹덤 오브 모로코’라고 쓰인 화면이 떠 있었다.

그렉 스칼라튜 위원회 사무총장은 “위원회는 중동이나 다른 지역 사안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북한인권 문제에만 관여한다”면서 “아직까지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모든 정황증거가 근거지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공격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이번 해킹으로 위원회 전산망의 북한인권 침해 관련 보고서와 출간물들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특히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치 안건에 대한 표결을 하루 앞두고 해킹이 벌어진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에서의 대규모 해킹 사태와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북한인권위원회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와 탈북자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해 온 미국의 민간단체다.

이번 해킹 공격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도 화제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국토안전위원회 산하 사이버안보소위원회는 20일 청문회를 열고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국의 대규모 해킹 사태에 주목했다. 패트릭 미핸(공화) 소위원장은 “(해킹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능력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프랭크 실루포 조지워싱턴대 국토안보정책연구소장도 “북한은 (사이버 테러의) 와일드카드”라고 강조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