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지도층의 탈선 “기막혀”… 인권운동 교수의 성희롱, 인기MC는 도박, 스타강사는 표절

입력 2013-03-21 17:50 수정 2013-03-21 22:43

10억원대 도박 혐의로 적발된 인기 MC 김용만(46)씨,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스타강사 김미경(48)씨, 알선수재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통령학 권위자 함성득(50) 고려대 교수…. 지난 며칠 새 ‘괜찮은 사람’이라 평가받던 이들이 잇따라 일간지 사회면에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에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유력인사들의 ‘성접대’ 의혹은 연일 선정적인 읽을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장관 될 사람들이 전관예우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부동산 재테크를 해왔는지 속속들이 알려줬다.

모두 최근 한두 달 사이 벌어진 일이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어리둥절할 만큼 유명인의 ‘두 얼굴’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올봄은 ‘배신의 계절’이 됐다.

김용만씨는 지난해 10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방송계에서 22년이나 롱런한 비결을 소개했다. “저는 신문 같은 존재예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처럼) 그냥 매일 시청자 곁에 있었죠.” 튀어야 사는 동네에서 무색무취한 이미지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해온 그는 ‘괜찮은’ 연예인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영국 프로축구 경기 결과를 놓고 도박을 해온 혐의로 김씨를 소환했다. 그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억원에 이르는 ‘베팅’을 했다. 이제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게 될 전망이다.

김미경씨는 지난주 한 일간지에 전면 인터뷰가 실렸다. ‘김미경의 드림온’ 같은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를 토대로 그가 강의 콘서트를 열면 5000명씩 청중이 몰린다. “개천에서 용이 못 나는 시대라고? 너희가 봤어? 나는 보고 있어!”라고 강연하는 그에게 신문은 ‘희망교 교주’란 별명을 붙여줬다.

채 일주일도 안 돼 이 신문은 김미경씨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해야 했다. 그를 출연시켜 1회분을 방송했던 MBC ‘무릎팍도사’는 2회분 방송을 취소했다. 논문을 심사한 이화여대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를 ‘괜찮은’ 롤모델로 평가했던 신문도, 방송도, 청중도 모두 당혹스럽게 됐다.

21일 오전에는 20대 여성이 트위터에 “고은태 이야기 좀 해볼까요”라며 글을 올렸다. 중부대 고은태 교수가 카카오톡으로 자신에게 성관계를 하자거나 특정 부위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고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앰네스티 국제집행위원에 선출됐던 인권운동가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카카오톡 대화가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에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사람의 이중성에 실망했다”는 젊은이들의 글이 쇄도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유명해지면 자기를 더 관리하고 남의 시선을 더 신경쓸 것 같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유명해질수록 자기 위주의 사고를 한다. 그러다 보니 관행적인 성접대나 논문 표절 같은 일에 둔감해진다”고 진단했다.

성접대 의혹은 유력인사들의 사생활이 공적 이미지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그들이 파티를 벌였다는 강원도 별장은 서민들이 보기에 배신감을 느낄 만큼 호화롭다. 그곳에서 벌어졌다는 술판, 도박, 성접대의 실체가 경찰 수사로 드러난다면 사회적 신뢰의 추락을 가져올 수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대중의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진다.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검증이 일반화된 세태 자체가 우리 사회에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