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와의 유착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지도층들
입력 2013-03-21 17:27
바른 가치 옳게 지키지 못하면 선진국으로의 도약 없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 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가 높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리만큼 구태의연하고 들리는 소식마다 참담하기 짝이 없다. 한 건설업자가 강원도 원주의 어느 별장에서 벌였다는 성(性) 접대 의혹사건도 그중 하나다. 등장하는 면면들을 보면 과거의 숱한 불법·비리 사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전·현직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병원장, 금융계 인사, 언론사 간부 등 사회지도층이 망라돼 있다. 이는 단순한 성 추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인 유착관계의 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유착은 원칙과 공정성을 훼손한다. 사람마다 혈연·지연·학연 등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으나 도를 넘으면 화를 초래할 뿐이다. 연줄·인맥사회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줄·인맥에 따라 끼리끼리 어울리는 문화는 배타적이며 무비판적인 관계로 치닫고 나아가 공적인 일에서조차 사적인 연줄·인맥을 우선시하도록 방조한다. 이른바 유착의 탄생이다. 그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 큰 문제는 유착구조가 당연시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회는 집단적 도덕불감증에 빠지고 많은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유착관계를 엮어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별장에서의 성 접대 의혹사건도 유착관계의 대가 또는 유지를 위한 편법이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여기에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천박한 도덕관과 그릇된 몸가짐이 뒤섞였을 터다.
사회지도층의 생각과 몸가짐은 서구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개념을 내세워 매우 중시한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는 전혀 아닌 것같다. 되레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성추문 검사 등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뿐 아니라 인사청문회 때마다 대상자와 자녀의 군대 면제, 위장전입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과연 이들에게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업무능력을 따지기보다 자질구레한 과거 행적만 들춘다며 인사청문회 폐기론을 주장한다.
더 이상 우리는 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가정을 비롯해 학교, 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범사회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공부도 중요하고 실력도 키워야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건강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람을 대한민국의 이념형 인물로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념형 인물은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규정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 한 가운데서 구성원 모두가 서로 함께 모색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라야 할 것이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크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불어 추구하는 가치의 도덕성 여부에 달렸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 4만 달러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도덕성 회복 없이는 우리는 그저 삼류국가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