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접은 꿈, 시집 온 한국서 다시 도전… EBS ‘다문화 휴먼 다큐 가족’
입력 2013-03-21 17:22 수정 2013-03-21 17:29
다문화 휴먼 다큐 가족(EBS·22일 밤 10시45분)
“베트남에 있는 친동생이 천식이 있어요.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친동생을 돕기 위해 간호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간호사가 되는 걸 포기했었어요.”
베트남에서 중학교 재학 당시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이주여성 탁 붑 파리씨. 그는 과거 간호사의 꿈을 접어야 했던 사연을 전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고국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다시 좇고 있다. 전북 전주에 있는 한 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그는 요즘 이 학교 2학년 학생으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메라에 담긴 파리씨 모습은 모범생 그 자체이다. 그는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 진지한 태도로 수업을 듣는다. 교수들이 내주는 과제물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고 한다. 집이 전북 남원이어서 학교까지 왕복하는 통학시간이 매일 4시간이나 걸리지만 지각이나 결석 역시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이처럼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인 남편의 힘이 컸다. 환경미화원인 남편은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편은 매일 각각 일곱 살, 세 살인 두 아이를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는 등 아내를 외조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파리씨 역시 고충은 있다. 한국어가 아직 완벽하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의학 용어를 상대하려니 힘이 들 수밖에 없을 터. 그는 늘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를 한다. 내년엔 간호사 국가고시 시험까지 앞두고 있다. 파리씨는 간호학 공부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