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차정식] 공정한 게임을 위하여
입력 2013-03-21 17:25
지난주 수천만원의 돈을 받고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강동희 감독이 구속됐다. 달포 전에는 국가대표 축구팀에 속했던 김동현 선수가 K리그 승부조작 혐의로 항소심에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힘과 기예로 정직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진 이런 추태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드러냈다.
반면 각종 불공정 판정의 의혹과 불리한 경쟁 여건을 무릅쓰고 당차게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의 쾌거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동안 김 선수가 겪어온 여러 불리한 환경을 오로지 실력으로 잠재운 이번 경기는 참 눈물겨운 분투였고 환상적인 도약이었다.
기득권의 각축장 같은 사회
스포츠 경기가 아름다운 것은 피나는 훈련을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와 정직한 실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공정한 게임의 명분 때문이다. 그런데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위반되면 정직한 실력이 보상받지 못하고 불굴의 의지도 소용이 없다. 명승부일수록 승자와 패자 모두 자신의 최선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 때문이다. 승부조작이 게임 참가자들 모두에게 미덥지 못한 치욕인 이유도 바로 그 공정성의 훼손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커지는데 현실이 그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는 여전히 기득권을 선점한 자들의 각축장 같다. 더구나 그 기득권이 공정한 경쟁보다 각종 편법과 탈법, 불공정한 가로지르기의 행태로 축적된 결과일 때가 잦다. 장관 후보로 나온 자들의 면면에 각종 불공정한 이력의 딱지들이 줄줄이 붙어 창피를 당하는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구약성서의 선지자 아모스는 과도하게 종교제의에 몰두하던 이스라엘왕국의 지도층을 향해 오로지 공의를 하수와 같이 흐르게 하라는 메시지로 질타했다. 하나님은 무엇보다 정의와 공평의 신으로 이 세상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며 제각기 최선을 다해 살기를 원한다. 경쟁이 불가피할지라도 그분은 선의로 다투며 승자에게 축하하고 패자에게 위로를 나누는 온정어린 세상을 기대한다.
이러한 공의와 자비의 원리는 예수의 가르침 가운데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예수는 달란트 비유에서 상이하게 분배한 재화의 투자 결과 열심히 사업을 벌여 성과를 거둔 종들에게 동일한 칭찬으로 화답하지만 게으르게 그 재화를 땅에 묻어둔 종의 경우 심한 책망과 함께 벌을 주는 공의의 현장을 보여준다. 반면 포도원 주인의 비유에서 그는 노동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꾼들에게 동일한 품삯으로 보상하는 농장주인의 경영마인드 속에 균등 분배를 통한 자비의 원리를 드러낸다. 사도 바울은 신자들의 영성 훈련을 권투선수와 육상선수의 사례에 각기 비유하면서 이기기를 다투는 자들이 절제하며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공정한 게임의 전략을 강조했다.
정의와 공평이 하나님의 뜻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와 각종 불공정 전력을 지닌 인사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위세를 부리는 나라는 불행하다. 거대 기업과 심지어 교회조차 혈육에게 세습시키며 끼리끼리 이해관계의 담합과 동종교배를 일삼는 집단은 흉측하다. 거기서 공정한 게임을 기대하는 하나님의 뜻은 실종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돈 없고 뒷배를 봐주는 변변한 후견인도 없는 다수 백성들은 쉬 짓눌리고 그들이 원하는 공평한 삶의 갈망은 짓밟혀버리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바로 거기에 걸려 있기에, 이 세상에 불공정함이 판칠수록 이 땅의 백성들은 공정한 게임을 더욱 사무치게 갈구한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