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엘리베이터 속 시선 피하기는 영장류 본능

입력 2013-03-21 18:33


영장류 게임/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책읽는수요일·1만6000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을 상상해보자. 이들은 천장이나 바닥, 시계나 휴대전화를 마치 처음 보는 것인 양 뚫어질 듯 쳐다본다. 상대와 눈을 마주치치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이런 모습은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는 ‘학습된’ 행동인 걸까.

미국 시카고대에서 인간발달학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이 같은 모습이 영장류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낯선 사람과 제한된 공간에 있으면 본능적으로 ‘공격’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돼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친자식에게 부와 권력을 물려주고 관계를 맺을 때 위계와 서열이 정해지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 대부분도 동물적 본능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미소 짓는 표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 밑바탕엔 영장류의 본능이 존재한다. 붉은털원숭이나 침팬지 등을 데리고 실험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이들 동물은 높은 서열의 원숭이가 공격하거나 위협하면 이빨을 드러내며 ‘겁먹은 웃음’을 짓는다. 이는 인간이 직장 상사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미소를 짓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책은 이 밖에도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 대부분이 동물적 본능에 따른 것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다. 최호영 옮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