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 자유·권리 재천명한 긴급조치 위헌결정
입력 2013-03-21 17:24
헌법재판소가 유신시대 공포된 긴급조치 1·2·9호 모두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는 헌재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결코 침해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는 점을 법적으로 분명하게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신헌법은 국민투표로 확정됐지만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反) 민주적 내용이 담겨 독재의 기반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은 국가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 53조다. 이를 근거로 유신헌법 비방을 금지한 1호,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토록 한 2호, 집회·시위 같은 정치활동 금지 등을 담은 9호까지 긴급조치가 차례로 선포됐다.
헌재는 이에 대해 “국가 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법치주의 원칙에서 비롯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유신헌법 53조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일부 조항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반성에 기초해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밝힘으로써 유신헌법 자체의 문제점도 일부 언급했다. 국민투표로 결정된 헌법일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만큼은 인정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는 30년이 넘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정리되지 않은 채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기소됐던 긴급조치 피해자는 1140명에 달한다. 법원은 이들이 제기한 재심사건에서 꾸준히 무죄를 선고하고 있지만 위헌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없어 혼선이 계속됐다. 주요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유신에 대한 법적 견해를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헌재가 늦었지만 긴급조치에 대해 헌법적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만큼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은 없어져야 한다. 법원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고, 정부 역시 각종 손해배상 및 명예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대선 전 과거 잘못된 역사를 공식 사과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