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전쟁 매뉴얼’로 들여다본 실전의 참혹함… ‘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
입력 2013-03-21 17:42
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크리스 헤지스/수린재
“전쟁이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본 일이 있는지. 연일 북한이 위협을 가하면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은 여전히 와 닿지 않는 단어다.
할리우드 영화 속 전투 장면이나 게임에서 마주한 전쟁의 모습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나마 한국전쟁을 다룬 우리 영화 속 풍경이 전쟁의 실상과 가깝다고나 할까. 이렇게 전쟁을 어렴풋이 추측하거나 극적인 영웅담 정도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작가는 “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20년 동안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서 아프리카, 중동, 발칸반도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하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종군기자다. 사라예보에서는 하루 동안 1000발의 폭격을 경험하고 이라크에서는 총격전에 휘말렸다. 수단에선 투옥되고, 세르비아에선 저격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전장의 맨얼굴을 목도한 그가 말하는 전쟁은 이렇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의 전쟁은 비인격적이다. 현대의 강력한 무기와 폭발물이 인간의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리는 전쟁을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고 오락으로 바꿔버림으로써 전쟁의 실체와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과 전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들을 잊어버린다.” 더불어 우리가 전쟁을 외면하는 진짜 이유는 “전쟁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내면에 있는 폭력성과 잔혹성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그런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정리한 ‘전쟁 매뉴얼’이다. 참전할 경우 죽거나 부상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총에 맞으면 느낌이 어떤지, 포로로 잡히면 어떤 대우를 받는지, 고문은 견딜 수 있는지. 또 실전 상황에서 우리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누군가를 죽이는 건 어떤 기분인지, 전투에 기꺼이 목숨을 걸 수 있는지, 죽음을 앞둔 병사가 남기는 마지막 말은 어떤 것인지 등등.
전쟁, 참전, 부상, 대량살상무기, 실전, 포로, 전사, 전후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400여개의 질문과 답으로 정리해 놨다. 형용사와 부사는 배제된, 건조하기 짝이 없는 언어로 풀어놓은 글이 오히려 전쟁의 비인간성을 더 부각시켜 보여 준다. 그래서일까. 미국에선 200쪽이 안 되는 짧은 분량의 책인데도 군사학교는 물론 대학 강의실, 일반인에게까지 필독 참고서로 읽히고 있다. 황현덕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