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軍 복무 보상하는 게 맞다

입력 2013-03-21 19:00


“수혜 대상 확대한 군가산점제나 복무기간 경력 인정 등 우대 정책 도입해야”

현역병으로 36개월 복무한 이들이 있다. 이들이 제대 후 30년간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상당한 기간을 군에서 보낸 셈이 된다. 일생에서 가장 활기차고 소중한 기간을 국가에 헌납한 것이다. 복무기간만큼 월급 100만원(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인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36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복무기간이 21개월로 줄어든 요즘에는 2100만원을 벌 수 있다.

입대하기 위해 기다리는 기간과 제대 후 복학이나 취업하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금전적·시간적 손실은 더욱 커진다. 제대군인들이 입는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사이에 입대하지 않은 비제대군인들은 시간을 활용해 좋은 조건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생긴 격차는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죽 이어진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39조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제대군인들과 비교할 때 제대군인들이 명백히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39조 2항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가가 제대군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잘한 일이다. 국민연금법 제18조(군 복무기간에 대한 가입기간 추가 산입)는 ‘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한 때에는 6개월을 가입기간에 추가로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역병과 공익근무요원을 대상으로 하고, 필요한 재원은 국가가 부담한다.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각각 관련법에 따라 국민연금보다 더 혜택을 받는다.

이런 제도 이외에는 국가가 제대군인에게 주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됐을 경우 약간의 호봉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춘 이들이 제대군인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복무기간 중에 학자금 대출 이자의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혜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대군인 우대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1961년부터 채용시험 때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줬고 나중에 내용을 강화했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고 말았다. 헌재는 “채용할 때 제대군인에게 과목별로 3∼5% 가산점을 부여하고, 채용시험 응시 횟수와 기간을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것은 비제대군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군가산점제의 입법 목적이 타당하다고 본 점이다. 헌재는 “군 복무 중에는 취업할 기회와 취업을 준비하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대군인의 사회적 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군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 문제이지 일정한 지원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17·18대 국회에서 군가산점제 재도입을 위해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과목별로 2% 범위 안에서 가산점을 주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사람은 선발 예정 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으며, 가산점을 받는 응시 횟수와 기간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사람의 군복무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산정하지 않도록 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77∼83%가 군가산점제 재도입에 찬성한다.

최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군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든지, 그 기간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재 발의된 법안은 전체 제대군인 중 공무원이 된 1%만 혜택을 받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수혜 대상을 확대한 군가산점제 도입이든, 경제적 보상이든 제대군인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