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총독관저 왜 수궁터에…” 그 비밀을 찾아서… 김다은 장편 ‘금지된 정원’

입력 2013-03-21 17:32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가 위치한 곳이다. 그 안에 일명 ‘수궁터’로 불리는 곳이 있으니, 지금은 빈 터로 남아 있지만 일제 강점기엔 총독관저가 들어서 있었고 이승만 대통령 시절엔 관저인 경무대로 쓰였다.

소설가 김다은(51·사진)의 장편 ‘금지된 정원’(웅진문학임프린트 곰)은 총독관저가 왜 수궁터에 지어졌는지, 그 비밀의 해답을 찾아간다. 작가에게 이 소설의 질문이 왜 현재적인지 물었다.

“풍수상으로 청와대 터가 어쩌고저쩌고하여 대통령의 말년이 불행하다는 항간의 설들을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요. 그러다 2010년 봄, 청와대 방문 예약을 통해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어요. 일제가 물러난 후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 겸 사저로 쓰였던 청와대 구 본관 즉, 경무대 자리에서 가이드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더군요.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1990년 구 본관을 헐어버렸다고. 풍수사처럼 땅속의 이치는 알지 못한다 해도 소설가로서 그런 풍수 담론이 왜 생겨났는지 궁금했지요.”

소설은 조선 총독이 경복궁 내에 총독관저를 짓기 위해 유명한 지관들을 불러 모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경복궁 안에 무슨 땅을 찾기에 하찮은 조선의 지관을 삼고초려했단 말인가. 뭔가 심상치 않은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예감이 온몸을 스쳐가고 있었다.”(23쪽)

총독에게 불려간 김 지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총독은 경복궁 안에서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찾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새로 지을 그 건물에서는 총독 업무도 보고, 사저로도 쓰고, 특별한 모임도 열고 휴식도 겸하게 될 것이다. 그 집은 소우주처럼 모든 것이 모인 곳이어야 한다. 그 안에서 세상이 돌아가도록 말이다.”(75쪽)

조선의 영원한 지배를 위해 조선의 맥을 끊으려는 총독부의 음모를 둘러싸고 지관, 선교사, 연극배우, 형사가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소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는 “과거 총독관저가 있던 경무대에 살았던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항상 불행했다는 풍수 담론은 결국 조선총독을 쫓아버리려는 당대 조선인들의 염원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