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수호기관장마저 검찰에 김앤장 출신

입력 2013-03-21 11:13 수정 2013-03-21 11:21

[쿠키 정치] 헌법 수호 기관의 수장마저 검찰 출신에 법무법인 김앤장 경력의 법조인이 선택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박한철(60)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인선 브리핑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했다”며 “또 현재 재판관 가운데 재직기간이 가장 길어 승계서열도 첫 번째”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사상 첫 검찰 출신 헌법재판소장이 된다. 역시 검찰 출신인 정홍원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수반이다. 박 대통령의 검찰 출신에 대한 꺼지지 않는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는 부인할 수 없는 공안통이다.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재직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는 물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낳은 ‘미네르바’ 사건도 지휘한 당사자다. 일부에서 헌재 판결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공안통이긴 하지만 특별 수사에서도 성과를 냈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있으며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을 지휘하며 10차례나 윤씨를 기소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및 떡값 수수 검사 명단을 폭로해 검찰이 코너에 몰리자, 박 후보자는 '삼성비자금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았다. 이는 삼성 특검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제식구에 대한 관대한 처벌 아니었냐는 평가도 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법무법인 김앤장 근무 경력이 재차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공직->로펌->공직’ 경력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돈을 쫓았으면 공직은 접어라”고 촉구했었는데, 박 후보자도 예외가 아니다.

박 후보자는 2010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두 달 만에 국내 최고 수준 연봉을 보장하는 법무법인 김앤장에 변호사로 취업했다. 박 후보자는 2010년 9월부터 단 4개월 동안 김앤장에 있었는데, 당시 재산이 4억4000여만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후보자는 2011년 2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박 대통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인선에서도 안정성을 가장 중시했다. 조용호(58) 서울고등법원장과 서기석(60)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나란히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이에따라 대법원은 법관의 꽃인 이들 법원장 자리에 대한 인선을 추가로 해야 한다. 고위 법관들의 연쇄 자리 이동이 예상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