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금융 전산망 해킹] 개인고객들 2차 피해 우려
입력 2013-03-21 03:02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신을 이번 전산망 마비 사태의 장본인으로 밝힌 ‘후이즈’는 20일 사고 발생 직후 “금융회사 이용자의 계좌(또는 전산 이용자의 접속계정)와 모든 정보가 우리 손에 있다(User Accounts and All Data are in Our Hands)”는 메시지를 남겼다. 과거 인터넷 포털사이트 해킹 등에 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감안하면 이를 허풍으로만 받아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킹 메시지에서 ‘Accounts’를 금융회사 직원이 전산망에 접속할 때 쓰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해석하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All Data)에는 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등 개인신상정보와 은행 예금 및 거래내역 등 금융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산이 마비됐던 기관 중 신한은행은 국내 최대 수준의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규모가 264조원에 달한다. 또 농협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업점(약 1180곳)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농협은행의 개인고객만 각각 700만명, 1700만명 정도다. 해커가 이들 은행의 전산을 일시에 먹통으로 만든 것을 보면 고객 중복 가능성을 감안해도 2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정보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일반 홈페이지의 고객 정보와 달리 금융거래 내역이나 실제 금융거래에 쓰이는 정보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갑작스러운 전산 마비에 금융회사와 고객들은 이날 큰 불편을 겪었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ATM 업무 등이 모두 마비됐다. 신한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돼 있는 다른 신용카드사의 체크카드도 결제가 되지 않아 식당이나 상점을 이용한 고객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농협은행을 비롯해 금융지주 계열사인 생명보험, 손해보험도 일부 직원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되는 현상이 확인돼 모든 컴퓨터의 인터넷 연결을 끊도록 긴급 지시했다.
전산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모두 비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코스콤의 전산망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 피해가 있으면 은행이 전부 보상하도록 지도했다.
강창욱 진삼열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