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재순] ‘세계 물의 날’이 주는 의미
입력 2013-03-20 19:33
내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유엔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물의 날’을 지정했다. 지난해 주제는 ‘물과 식량안보’, 올해는 ‘세계 물 협력의 해’다. “물, 우리가 나눌 때만 모든 곳에서 흐른다.” 물의 나눔과 협력을 강조한 말이다. 물 협력이란 물로 인한 대륙·국가간 갈등을 줄이고 물 이용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뜻이다. 유엔에서 물의 협력을 논의한다는 것은 그만큼 물의 국가·지역간 이용의 불균형이 심각하고 이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로 인한 갈등의 주 원인은 오염과 물 부족이다. 유엔에서는 오염된 물과 마실 물의 부족으로 매년 30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물 이용의 한계성과 불균형, 특히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부족은 식량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물과 식량’은 인류가 생존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자 중요한 자원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홍수 등 재해와 수질오염 등으로 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물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가 상승 및 불규칙한 수급 등으로 안정적 식량 확보 또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은 모든 사람의 복리와 경제발전, 지구환경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은 물과 식량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곳에서 물이 흐른다는 것은 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없고 평화가 흐른다는 것이다. 또 물을 나눈다는 것은 생명과 식량을 나눈다는 것이다. 흔히 물은 생명에 비유된다. 그러므로 물 협력이란 식량 나눔, 생명 나눔이기도 하다. 물의 날 제정 목적도 바로 ‘생명의 물’로서 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물을 지켜나가기 위한 인류의 공동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물은 공기, 햇살과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자원이며,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물의 날은 물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구 면적의 70%가 물인데 물로 인해 지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가 지난 지 오래다. 이제 물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물 부족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며 물 부족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녹색성장의 중심자원인 물은 에너지로서, 환경으로서, 그리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소중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다. 이러한 물 부족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수자원 문제의 해결은 질적으로 깨끗하고 양적으로 풍부한 수자원 확보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지역적, 시기적으로 균형 있게 수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용수의 기능과 역할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 홍수조절과 수자원 함양, 하천의 건천화 방지, 생물다양성 유지 등 재해예방과 생태계 보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양질의 농업용수를 확보해 적기·적소에 적량을 공급함으로써 식량자급 기반을 조성하고 농촌을 농촌답게 관리함에 있어 소홀함이 없는지 되돌아 볼 때다. 스물한 번째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