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갖 복지업무 떠안고 쓰러지는 말단 공무원

입력 2013-03-20 19:31 수정 2013-03-20 22:39

인력 확대 및 적절한 배치 등 처우개선 이뤄져야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자살은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제 울산의 한 동주민센터 복지담당 직원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공무원으로 임용돼 노인일자리, 아동보육 등의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해온 이 직원이 남긴 유서에는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가족들도 “적지 않은 나이에 공무원이 됐는데 일이 많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청 사회복지 공무원,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청 사회복지 공무원에 이어 올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들은 하나같이 평소 업무과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는 산더미 같은데 반해 처우는 형편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복지공무원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안타깝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업무 과다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복지가 사회이슈로 떠오른 뒤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인기에 영합해 선심 쓰듯 복지정책을 부지기수로 쏟아냈다. 이들 정책에서 파생되는 각종 업무는 최하위 행정조직인 동주민센터 등의 말단 직원들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깔때기’와 같은 구조다. 임대주택 대상자 선정부터 보육비 지급, 무료급식 신청까지 기존에 다른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하던 업무까지 ‘복지’란 이름이 붙으면 모두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떠넘겨져 업무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일선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도 하다.

문제는 그에 걸맞은 인력충원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은 총 1만469명이며, 1인당 담당 인구는 무려 4720명이다. 지난달 자살한 성남시 사회복지 공무원은 혼자서 2600명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닷새 정도는 야근을 하고 퇴근은 빨라야 밤 10시이며, 주말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등 퇴근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한 달에 쉴 수 있는 날이 고작 2∼3일로 일상화된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수많은 복지정책이 나오지만 정작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해 주는 복지 전달체계의 개선이나 핵심 인력인 사회복지 공무원들에 대한 대책들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돌보고 전 국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밤낮없이 활동하는 이들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래 복지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호(號)가 제대로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인력확대, 적절한 인력배치 등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복지 혜택의 확산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할 경우 복지업무의 말단 세포가 괴사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