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산망 마비 세력 강력히 응징해야
입력 2013-03-20 19:26 수정 2013-03-20 22:29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들의 전산망이 20일 오후 일제히 마비됐다. 경찰청은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전산망 마비가 해킹에 의한 악성코드 유포에 따른 것으로 확인하고 민·관·군 합동으로 대책본부를 꾸렸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부터 KBS MBC YTN, 신한·NH농협·제주은행, NH생명보험·NH손해보험 등 전산망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수사관을 급파해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사이버테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본사에 있는 컴퓨터 수백대의 전원이 꺼졌고 재부팅이 되지 않았다. YTN은 컴퓨터 500여대가 다운됐고, MBC 전산망도 마비됐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등이 지연됐고,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단말기 등에서 장애가 생겼다. 정부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연계망 서비스에서는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전산망 마비가 북한 소행이라는 물증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행태를 보면 북한의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감행해 청와대와 국회, 주요 포털의 전산망 장애를 일으켰다. 2011년에는 농협 전산망을 해킹해 고객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불편을 끼쳤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도 감행했고, 지난해 6월 중앙일보 전산망을 해킹했다.
최근에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상대로 제재에 나섰고, 한·미 양국이 키 리졸브 연합훈련에 돌입하자 북한은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였다.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비핵화 공동선언을 폐기한다고 협박했고, 판문점 직통전화를 차단했다. 북한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 장애 현상을 “적대세력의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고 심지어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에 사이버 공격요원 3000여명을 두었고, 김일자동화대학(일명 미림대학)에서 해커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 사이버전에 대비한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의 사이버테러 대응 인력과 장비를 크게 확충해야 한다. 공격당할 경우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 공항, 지하철, 한전, 원자력발전소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이 아니라 제3국의 해커에 의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