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하라
입력 2013-03-20 19:24
새누리당이 정치쇄신 방안으로 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다. 선거법 미개정을 이유로 기초단체 후보를 내겠다는 민주통합당의 태도도 떳떳하지 못하다. 대선 과정에서 기초단체 후보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사실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기초단체 후보 정당공천제는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함으로써 숱한 부작용을 낳았다. 금품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군수가 지역 국회의원의 머슴처럼 처신해 지역민들의 반발을 샀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인 지역민들의 뜻을 받들기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이 지역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이 다르거나 계파가 다를 경우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갈등이 심해 지방행정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경우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서로 고소 고발을 남발해 임기 내내 싸움만 하다 끝난 곳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국회의원들이 모르지 않는데도 못 본 체 외면하며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에 가깝다.
이번 새누리당만 보더라도 4·24 재·보궐선거 공천심사위원장은 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바로 다음 날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무산시켰다. 최고위원들이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대지만 속내는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구 의원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기 싫다는 것인 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여야는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다. 도대체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감히 법 개정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정치적 선언이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한국 정치에 있어서 상식에 속하는 일 아닌가. 정치권은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하루 빨리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기초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