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이후] 北 돈줄 조이기 한·미 손발 맞춘다

입력 2013-03-20 18:51 수정 2013-03-20 22:39


미국이 북한의 대외 자금줄 차단을 위한 고삐를 본격적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20일 김규현 외교부 1차관,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만나 대북 금융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코언 차관은 특히 미국이 최근 독자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조선무역은행 문제를 비롯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094호 이행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앞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만나 제재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코언 차관은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금지 등에 대한 의미와 배경을 설명했고 정부는 앞으로 미국 정부와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또 대북 압박과 대화 등 투트랙 접근법에 공감했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특수은행으로, 이곳이 제재대상으로 묶이면 북한의 자금줄은 전방위로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재조치가 효과를 보려면 상당기간이 흘러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언 차관 일행의 한국 방문은 2006년, 2010년 대북 독자제재에 나선 미 정부의 대외 행보와 닮은꼴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등 북한 금융기관 또는 관련 단체를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뒤 관련국들에 제재 동참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2010년 8월 로버트 아인혼 대북 제재 전담 조정관 일행이 방한해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의 불법행위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여파로 미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였다. 아인혼 조정관은 당시 우리 정부에 북한의 자금 세탁과 위조지폐 유통 차단 등에 대한 정보 공유 강화 방안 등을 설명했다. 또 추가 제재대상 등을 설명하고 공조도 요청했다. 대북 금융제재의 근거는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 1382호였다.

7년 전인 2006년 1월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부차관보 일행의 방한 역시 강력한 대북 제재가 목적이었다. 당시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우리 정부에 BDA의 북한계좌 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북한의 슈퍼노트(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유통 차단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주한미국대사관은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방한기간 우리 정부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