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도부 “잘한 결정” “개혁아닌 개악” 정면 충돌

입력 2013-03-20 18:43


새누리당 지도부가 4·24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무(無)공천 문제를 놓고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쇄신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추진된 중앙당 공천권 반납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황우여 대표는 2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무공천 결정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지역 당원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결정인 만큼 앞으로 논의해서 확정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어렵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공추위 결정에 최종 의결권을 갖고 있는 최고위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무공천하게 되면) 선거용지 1번이 공란이 된다. 우리 당 후보가 무소속으로 4∼6번 이렇게 나왔을 때 당의 입장이 도대체 뭐가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정당공천 배제가 개혁인지 개악인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가세했다.

찬반 의견이 뜨겁게 충돌하자 황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하자”며 진화에 나섰지만 심재철 최고위원은 “의원총회를 소집해 공천 여부 의견을 수렴하자”며 오히려 불을 붙였다. 이에 공추위 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헌·당규에 보면 공천심사는 공추위에서 권한을 갖고 있고, 최고위에서 부결되더라도 공추위 위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하면 자동 통과된다”고 반대론에 쐐기를 박았다.

연석회의 뒤 당초 무공천 의결을 위해 소집됐던 긴급 최고위는 격론의 장으로 바뀌었다. 민현주 대변인은 “최고위원 6명이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주말 해당 지역에서 간담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한 뒤 25일 최고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일부 지도부의 거센 반발에 대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추위 소속 한 의원은 “지역 당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선거법상 탈당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기 지역구 조직이 와해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서 총장 등이 무공천 의지를 강하게 고집하고 나선 것엔 나름의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당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공천 지역인 경기 가평과 경남 함안의 경우 무소속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고 10월 재보선에 지방선거가 더 이상 없어 두 곳 정도는 내줘도 된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무공천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 민주통합당과의 정치쇄신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