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美, B-52·핵잠수함 이례적 공개 왜?

입력 2013-03-20 18:16 수정 2013-03-20 23:13

연례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연습’ 과정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미국이 이례적으로 전략폭격기 B-52와 핵잠수함의 참가를 공개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며 ‘로키(low-key)’를 유지해온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와 함께 30세의 김정은이 함부로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애시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B-52 훈련계획을 밝혔다. 이어 20일 미 측은 핵잠수함 샤이엔(6900t급)의 훈련 참가를 언론에 확인해줬다. 샤이엔은 사거리가 수천㎞에 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등 순항미사일과 잠수함 첨단전투시스템(SACS)을 구비한 공격형 잠수함이다. 우리군 잠수함, 구축함과 동해와 남해에서 대잠훈련을 하고 있다.

B-52는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명에 걸맞게 정밀타격이 가능한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핵위협에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전략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 김창수 박사는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미군전력의 훈련참여 공개는 북한과 한국, 중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국에게는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하라는 주문이다. 지난달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내에선 핵재무장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국의 핵확산억제정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핵우산의 핵심전력이 한반도 방어훈련에 참가하고 있음을 공개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중국에게는 북한을 제어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B-52가 장착된 무기들은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한 군사전략전문가는 “강한 군사력을 공개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어떤 불안정한 상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전략폭격기 B-52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전략폭격기가 조선반도에 다시 출격한다면 적대세력들은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은 초정밀 무인타격기의 대상물 타격과 저공으로 내습하는 적 순항미사일을 소멸하는 자행고사로케트(지대공미사일) 사격훈련을 지도하였다”고 보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