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함정에 빠진 정부
입력 2013-03-20 18:16 수정 2013-03-20 22:52
박근혜 정부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주요 고용노동 현안에 대해 일관된 기준 없이 국제기준을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고용노동부는 임기 말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15∼64세를 기준으로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정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매월 발표하는 공식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OECD 산정 방식과는 다르다. 현 통계 방식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은 57.2%이지만 OECD 기준을 적용하면 62.7%로 5.5% 포인트 높아진다. 실제 고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통계 기준만 살짝 바꾸면 고용률 지표가 훌쩍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고용률을 기준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동안 70%를 달성하려면 27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반면 OECD 기준을 적용하면 240만개로 목표치가 30만개 정도 줄어들게 된다.
노동부는 최근 산업재해 산정기준을 요양에서 휴업으로 변경한 통계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요양 기준 통계는 재해강도(근로손실일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국제노동기구(ILO)는 부상재해를 산재발생일, 휴업기준으로 산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자 뒤늦게 통계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부가 다음주 요양기준으로 작성한 산재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라 두 가지 통계를 비교해보면 기준 변경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91년 IL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이사국 또는 부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중 28개에만 가입했다. ILO가 핵심으로 꼽은 8개 협약도 4개만 가입한 상태다. 노동·인권 분야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평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