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방송사·금융기관 전산망 동시마비… 北 사이버 테러 가능성 수사
입력 2013-03-20 18:16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사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의 전산망이 20일 오후 일제히 마비됐다. 경찰은 북한 등 외부세력에 의한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사이버대응센터에는 오후 2시20분쯤 주요 방송사와 금융사의 전산망 장애 신고가 일제히 접수됐다. KBS 관계자는 “오후 2시10분쯤부터 사내 내부망이 마비돼 업무를 할 수 없었다”며 “여의도 본사 컴퓨터 수백대의 전원이 일시에 꺼졌고, 재부팅을 시도하자 ‘부팅 파일이 삭제됐다’는 메시지가 뜨며 부팅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MBC 본사와 서울 남대문로 YTN에서도 비슷한 시각 컴퓨터들이 일제히 다운됐다. YTN 측은 “오후 2시20분부터 사내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고 500대에 달하는 컴퓨터가 멈춰버렸다. 재부팅이 되지 않고 외부에서 보도정보시스템 접속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전산장애도 비슷한 시간에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오후 2시20분쯤부터 전산장애가 일어나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이용 등이 지연됐다. 농협은행도 몇몇 지점에서 통신망 장애가 발생했고, 인터넷뱅킹과 ATM 등은 정상 가동됐다. 제주은행과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 전산망도 동시다발로 장애가 일어났다.
경찰청 사이버대응테러센터는 사건 발생 직후 방송사와 금융기관에 조사인력을 급파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요 방송사와 금융권 전산망이 동시에 마비된 사건이어서 기반시설 전산망을 겨냥한 북한의 사이버공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신속한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기관에 전산망을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 KT,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장애보다 악성코드 감염인 것 같다”고 추정하며 일제히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정태명 교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는 날이기도 했고, 공영방송사와 금융권을 겨냥했다는 것은 특정 집단이 목적을 갖고 해킹한 것으로 보인다. 장난 삼아 하기에는 규모가 커 오랜 시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