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몰린 ‘아베노믹스’… 원전 맞물려 에너지값 상승

입력 2013-03-20 18:08

양적완화와 엔저정책으로 ‘반짝 재미’를 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이 난관에 봉착했다. 일본 안팎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론이 심상치 않게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악화되는 에너지 수급 문제도 정권이 내건 ‘경제 재생’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HSBC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킹은 20일 아베노믹스를 ‘물에 젖은 폭죽’에 비유하며 엔저를 무기로 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영국에서도 과거 일본처럼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 탄력이 붙은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도리어 성장을 둔화시켰다”고 설명했다.

19일 퇴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도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대량 통화공급과 물가상승의 관계가 분리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고 강조하며 “금융완화만으로는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 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엔화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퇴임 전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일이면 이제 드디어 자유로워진다”고 답한 그는 후임 총재의 통화운용 기조에 대해서도 “시장을 생각대로 움직이려는 정책관은 위험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엔저 가속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원자력 발전 문제와 맞물려 아베 정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 상승 등의 형태로 서민 생활고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내 전력회사들은 정부에 잇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억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일본 정부는 19일 에너지 관계 각료회의를 출범시키며 전방위적인 에너지 외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까지 몽골과 러시아, 중동을 방문하는 것도 에너지 수입가격 흥정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