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반군 “화학무기 사용” 공방전
입력 2013-03-20 18:10 수정 2013-03-21 00:32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에서 19일(현지시간) 공습으로 25명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치명적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어떤 서방국가나 국제기구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알레포의 칸 알 아살 지역에 로켓 포탄이 떨어져 25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다쳤다. 이 지역은 최근 몇 주간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인 곳이다. 현장 취재 중인 로이터 사진기자에 따르면 현지 병원마다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환자들로 찼으며 이들은 화학물질인 염소 냄새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폭발 현장과 약 2㎞ 떨어진 곳에서 목격한 알 아흐메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분홍빛을 띤 보라색 연기를 봤다”고 전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오므란 알 조아비 정보장관이 관영 사나(SANA)통신에 출연, “반군이 의식불명, 경련, 죽음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든 로켓을 발사했다”고 비판하자 알레포의 반군 위원회 대변인 카심 사데딘은 이를 반박했다.
미국 정부는 반군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서 나온 어떤 주장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deeply skeptical)”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제껏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시하며 강력 견제해 왔다. 시리아는 맹독성 신경가스와 사린가스, 겨자가스 등 중동에서 화학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반군이 화학무기를 보유했다는 주장은 이번에 처음 제기됐다.
한편 시리아 정부군이 레바논 동부를 폭격한 지 이틀 만인 20일 국경지대에 미사일 다섯 발이 떨어져 시리아 사태가 레바논으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시리아 중부도시 홈스와 인접한 레바논 알 카사르 외곽 지역에 시리아 미사일이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은 “주권에 위배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시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2005년까지 시리아 군대가 레바논에 주둔하는 등 이제껏 레바논 정부는 사실상 시리아의 내정 간섭을 받는 실정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