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에 울고 정부 무관심에 또 울고… 질병코드조차 없는 極희귀질환자들

입력 2013-03-20 17:53 수정 2013-03-20 22:37

‘질병 코드’조차 없는 극희귀질환자들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희귀난치성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극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10%로 경감시켜주는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시키고,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등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보건 당국은 2009년까지 산정특례 대상을 138종으로 확대한 이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극희귀질환은 뇌하수체무형성증, 가부키증후군, 패리-룸버그병 등 67개다. 극희귀질환은 환자가 많지 않고 명확한 진단 기준도 없어 질병 코드 자체가 없다. 질병 코드가 없다 보니 건강보험 급여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극희귀질환자들은 비싼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뇌하수체무형성증을 앓는 딸을 둔 한 시민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산정특례 대상 지정을 호소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한때 극희귀질환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등은 2011년 54개 극희귀질환에 대해 산정특례 적용과 질병 코드 부여 방안 등을 놓고 몇 차례 협의를 가졌다.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임시 부여하는 특수 코드인 U코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환자 수 파악의 어려움 등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희귀질환자에게 산정특례제와 본인부담상한제(1년간 같은 의료기관 이용 본인부담금이 일정액을 넘으면 돌려주는 제도)를 적용해 중복 지원하는 것이 다른 질환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산정특례 대상 지정을 유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 뇌·심혈관, 희귀난치성질환) 100% 보장성 강화와 연계해 큰 틀에서 희귀질환자 지원책을 마련키로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을 낮추고 비급여 필수 의료서비스의 급여화 확대 등을 통해 희귀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희귀난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질병 코드가 없어 희귀질환 등록 자체가 안 되고 일반질환으로 분류돼 더 많은 치료비를 내야 한다.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극희귀질환이라는 새로운 질병 코드를 만들거나 질병별로 일일이 코드화가 어렵다면 비슷한 부류의 기존(대분류) 코드에 포함시켜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