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금융 전산망 해킹] 긴박했던 방송사들… 국가 공영방송 KBS도 뚫려

입력 2013-03-20 17:52 수정 2013-03-21 00:21

내부 전산망 공격을 받은 KBS, MBC, YTN 방송사는 20일 하루 종일 사태를 파악하고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유례없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한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이 여파로 라디오 방송의 경우 일부 제작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KBS 관계자는 “오후 2시쯤 사내 컴퓨터가 꺼지고 부팅이 안 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내 정보 인프라부는 사내 방송을 통해 모든 컴퓨터의 전원을 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2시15분쯤 모든 컴퓨터가 다운됐다”며 “재부팅이 되지 않고 명령어만 계속 뜨면서 어떤 키보드 버튼도 작동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인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 소행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YTN도 비슷한 시기 전산망이 마비됐다. YTN 관계자는 “2시20분쯤 사무실 전산망과 방송용 편집기 등이 다운됐다”며 “사내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500여대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SBS는 지상파 방송국 중 유일하게 문제를 겪지 않았다.

오후 늦게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송사들은 비상제작체제에 돌입했다. 방송 송출 자체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속출했다. 인터넷 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들은 기사 송고에, 아나운서 및 프로그램 작가들은 원고 작성에 애를 먹었다.

자료 수집을 위해 인터넷을 써야 하는 작가들은 인근 PC방으로 달려갔고, 일각에선 보도자료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으로 실시간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 라디오의 경우 인터넷 전산망 마비로 진행자 멘트와 음악, 전화연결만으로 단출하게 진행됐다.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청취자 참여 코너를 건너뛰었다.

방송사들은 원인 파악 및 피해 복구에 주력하고 있으나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BS는 “사내 정보 인프라부가 즉각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핵심 서버에 악성 코드가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일단 개인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피해 규모를 밝혔다. KBS 관계자는 “피해 원인이 파악돼야 복구시점과 대응방법을 알 수 있는데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며 “인터넷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YTN과 달리 KBS는 자체적으로 접속을 차단해 인터넷 홈페이지가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김나래 박지훈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