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늦깎이 여류국수 김혜민
입력 2013-03-20 17:16
입단 13년 5개월 만이다. 1999년 13세의 어린 나이로 프로가 돼 줄곧 한 길만 걸어 왔다. 항상 바둑 안에 있었고 특별히 다른 곳에 한눈팔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둑 실력도, 성적도 본인 성격만큼이나 무던하게 늘 고만고만했다. 진작 한 번쯤 타이틀을 딸 법도 했지만 2007년 대리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모두 네 차례의 준우승만 차지했다. 그리고 어느덧 여자 바둑계에서는 입단 십 년차가 훌쩍 넘은 스물여덟의 적지 않은 나이가 돼 버렸다. 김혜민 6단의 이야기다.
김 6단은 입단 이후 한동안 루이나이웨이, 박지은, 조혜연 9단의 벽을 넘지 못하다 최근 새롭게 급부상한 최정 3단, 박지연 3단에게조차 자리를 내줘 정상의 자리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 여류국수전에서는 지난해 여류국수를 차지한 박지연 3단에게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김 6단은 입단 연도로 보나 나이로 보나 박 3단의 한참 선배이지만 이번 도전만큼은 겸허한 마음으로 임했다.
3번기로 펼쳐지는 결승전 1국은 188수 만에 예상외로 쉽게 불계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 12일 2국이 이어졌다. 그렇게 염원하던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다. 그런데 바둑은 초반에 대마가 잡혀 불리한 형세였다. 하지만 상대의 마지막 실수로 164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었다. 생애 첫 우승. 새로운 여류국수가 탄생한 것이다. 다음은 김 6단과 백지희 2단의 16강전.
<장면도> 하변 흑 모양에 백이 침입해 들어온 자리. 주변 흑이 두텁지만 이 돌을 잡기는 어려운 곳이다. 흑은 일단 2로 근거를 없애고 중앙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수. 백도 3, 5로 가볍게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다. 흑은 그냥 쉽게 살려주기는 싫은 자리다. 다음 흑의 한수는?
<참고도> 공격의 일감은 일단 흑1 날일자로 씌워가고 싶은 자리. 하지만 백2로 한 칸을 뛴 이후 마땅한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A의 급소가 남아 하변 흑이 엷어진 모양이다.
<실전도> ‘공격은 날일자로’라는 격언도 있지만 특별한 방법 없이 맹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좋은 행마가 아니다. 지금은 흑1로 공격하고 싶은 반대쪽을 붙여 은근히 백을 압박하는 것이 좋은 수순. 흑은 중앙 백2 한 점을 제압하며 모양을 갖춰 좌변과 중앙 양쪽을 노려볼 수 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