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12)] 北 어린이 3명중 1명 ‘영양결핍’ 신음

입력 2013-03-20 17:34


對北 식량지원 운동

곧 가정의 달 5월이다. 북한의 5월은 춘궁기(보릿고개)의 시작이기도 하다. 남한은 풍부한 먹을거리와 다이어트 걱정에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오히려 생소해졌지만, 북한에서는 벌써부터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시작되고 있다. ‘내 식비의 10분의 1을 북한어린이와 함께’는 내 밥상 위에 예수를 초대하는 마음으로 북한 어린이를 초대해 밥 한술을 나누자는 의미로,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 식비의 십일조를 기꺼이 내자는 YWCA 평화 나눔 운동이다.

유엔세계식량기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70만∼100만t의 식량이 부족하며, 주민들은 기초대사량에 미치지 못하는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 유엔의 기아 분류단계에 따르면 북한은 총 5단계 중 4단계로 인구의 25∼35%가 영양 결핍 상태다. 특히 가임여성, 어린이, 취약 계층들의 영양 상태는 더욱 불균형하며, 북한 어린이 3명 중 1명은 심각한 영양결핍이고,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은 1000명당 33명에 이른다.

한국YWCA가 평화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해방 이전 북한에 존재했던 8개 지역의 YWCA 중 평양, 함흥, 안주, 선천, 신의주 5개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와 기도 운동을 시작하고, 전국 회원 회비의 일정액을 북한 Y 재건 기금으로 적립하기 시작했다. 북한 이해를 위한 교육, 어린이 통일 교재 개발, 북한이탈주민 상담원교육과 적응지원사업 등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93년 국내 기독단체들이 중심이 됐던 ‘평화의 띠 잇기 운동’이나 94년과 96년 옌볜과 미국에서 개최됐던 ‘한반도 여성대회’는 국내외 통일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북한의 급격한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던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YWCA는 본격적으로 북한 식량 지원운동을 시작했다.

97년 ‘어머니의 마음을 북한 어린이에게’ 전국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 모금을 벌이고 25t의 분유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매년 분유를 비롯한 다양한 품목을 지원해 왔다. 특히 지역별로는 부산·대구 등의 동부지역은 쌀국수(2001), 광주는 내복(2003), 울산은 학용품(2004)을 지원했다. 이 중 제주의 감귤 보내기 운동은 99년부터 2004년에 걸쳐 활발하게 진행됐다.

분유 보내기운동은 전국적으로 진행해 남북 교류가 전면 금지된 2011년말까지 지속돼왔다. 특히 2011년 한국YWCA는 이전 북한Y가 있던 지역 중 하나인 평안남도 안주시를 지속 지원하기로 하고 신안주탁아소 어린이들에게 4t의 분유를 보낸 바 있다. 안주는 청천강이 흐르는 내륙지역으로 비교적 외부 지원의 손길이 적은 도시이며 지난해 여름 홍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론에 많이 노출됐던 곳이기도 하다.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와 북한의 핵실험, 한·미군사합동훈련 ‘키 리졸브’에 이은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그리고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평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북한을 돕는 것이 적절한가를 묻는 목소리들도 적잖게 들린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전쟁과 무력 분쟁 지역에서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조치로서, 정치적·군사적 목적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특히 식량권은 유엔권리규약에도 명시돼 있는 최소한의 기본적 인권으로, 이것을 북한정부의 소관으로만 한정짓는 것은 너무도 소극적인 태도이며 책임 방기이다.

성서의 평화는 영적, 정신적, 물질적 상태의 안녕을 의미하는 전인적이고 통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줄 선한 의무의 이행을 통해, 독식하지 않고 내 것을 나누는 기독교 평화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렇게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의 건강한 통일 세대가 양성되고 이것이 평화통일의 기반이 될 것이다.

나눔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북한 어린이 한 명을 우리 가정에 품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기도하며 지원하는 운동의 참여가 한국교회와 1000만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최수산나(한국YWCA연합회 평화나눔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