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당신은 ‘거기’에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입력 2013-03-20 17:35


‘퀸 연아’(미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지난 2011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국제무대에 돌아왔다. 지난 17일 ‘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는 2위와 무려 20점 이상의 점수차를 내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 선수가 기록한 218.31점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기록한 228.56점에 이은 역대 여자 싱글 피겨 두 번째의 기록이다. 비록 2년이라는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선수의 기량은 오히려 절정기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만일 일본 선수에게 유리하고 김 선수에게 불리한 새로운 점수 체계 그리고 이번 대회 첫날 심판들의 편파판정 시비가 없었더라면 김 선수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김 선수의 화려하고 완벽했던 ‘레미제라블’을 지켜보던 현지의 9000여 관중은 김 선수의 연기가 끝나기도 전에 기립했고 연기가 끝나자 경기장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김 선수에게만 유독 엄격하고 적대적이었던 심판들조차 김 선수의 완벽한 연기에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었고, 김 선수의 기를 죽이려던 일본과 캐나다 팬들조차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자 30여명의 캐나다 여성 합창단이 현장에서 한국어로 애국가를 부르는 감동적인 장면까지 연출되었다. 김 선수의 이날 연기에 대하여 전 세계의 언론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일부 해외 언론들은 ‘다른 선수들과 수준이 너무나 다른 김 선수를 위하여 대회를 따로 열었어야 했다’는 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김 선수의 활약으로 우리나라는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출전권을 3장이나 얻게 되었다.

김 선수가 얻은 이 모든 영광은 그녀가 빙판 위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김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는 것은 막상 빙판을 떠나고 나서는 김 선수 본인조차 자신의 삶에 대하여 만족할 수 없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김 선수는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가진 인물이지만 김 선수의 가치는 빙판 위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자신이 지켜야 할 사회적 또는 기능적 위치가 있다. 적지 않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다른 사람들에 의한 강요’로 인식한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현재의 위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그것은 본인의 착각일 뿐 자신이 현재 위치에 있어야만 가장 빛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더 이상의 발전을 거부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위치를 충성스럽게 지켜야 미래의 발전도 기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선수 역시 최종적으로 IOC 위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빙판 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고전 7:20)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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