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성낙인] 검찰개혁의 명과 암

입력 2013-03-20 19:12


“상설특검은 검찰권 견제하고 거악 척결하되 또다른 권력기관으로 변질해선 안 돼”

검찰 내부 진통으로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검찰 총수의 부재 속에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선을 치렀다. 스폰서검사, 벤츠검사, 성추문검사에 이르면서 검찰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런 저간의 상황은 검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자체 개혁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외부로부터의 개혁으로 치닫는다.

첫째, 법무부의 문민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 사이 법무부는 외청인 검찰청 일에 매몰되고, 주요 보직도 검사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제는 인권보호, 범죄예방, 교정, 출입국관리와 같은 법무행정에 전념해야 한다. 검사들의 법무부 근무도 최소화해야 한다. 법무부·검찰의 54명에 이르는 차관급 검사 숫자는 비대해진 검찰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검찰청의 자체 감찰 못지않게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기능은 강화돼야 한다.

둘째,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이 검찰 인사도 개혁돼야 한다.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서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인사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검찰 인사가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인사를 통해서 검찰조직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검사들도 더 이상 정치권에 줄대기를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조직 체계상 대검의 직접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중수부 폐지가 현실화될 것 같다. 중수부의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늘 편파성 시비를 불러왔다. 특히 ‘죽은 권력’에는 냉혹했던 반면에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사실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결코 쉽지 않다. 대검 중수부도 그러하거늘 지검에서 감당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중수부 폐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중수부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지검 특수부는 특별수사본부로 조직과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넷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특별검사제도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도입한 나라는 미국 말고는 없다. 통상적인 수사조직 체계를 벗어난 특별수사조직의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열한 차례 특검을 도입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만 지난 특검은 일회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설특검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상설특검이 또 다른 제2의 권력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설특검이 검찰권도 견제하면서 동시에 거악척결의 중추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에 대한 조사권과 고발권을 가진다. 특감의 권한과 업무영역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칫 특감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조사를 강행한다면 기존 수사기관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옥상옥의 성격을 가지는 이들 기관은 검찰·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렇듯이 특검·특감에도 검사의 파견근무가 불가피할 것이다. 특검·특감 인사의 공정성 확보도 특별히 요망된다. 특검·특감이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다면 통치권자에게 바로 부담이 가기 때문에 그 소속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다섯째,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사법참여 요구에 부응한 재판배심원 제도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검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제시한 검찰시민위원회가 국민적 호응을 얻어 왔다. 실제로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이 검찰권 행사의 정당성을 제고해 주고 있다. 차제에 검찰시민위원회를 기소배심제에 준하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검찰이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검찰보다는 법원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외부로부터의 압력과 더불어 자중지란에 빠졌던 검찰이 새 정부의 개혁을 통해서 면모를 일신하여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부와 국회도 정치적 검찰개혁이 아니라 국가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검찰을 재평가하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

성낙인(서울대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