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만년 꼴찌’의 대반란… 우리은행 통합 우승
입력 2013-03-19 22:28
“우리은행이 또 이겨야 할 텐데….”
어머니는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심장에 너무 무리가 간 탓이었을까? 춘천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의 어머니 천숙자(70) 여사는 지난 17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챔피언 결정전 2차전 경기를 관람한 뒤 체한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 가 보자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결국 천 여사는 급성 심장마비로 이튿날 아침 깨어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 곁을 영영 떠났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던 전 코치는 3차전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유니폼에 검을 리본을 단 우리은행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어 7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 코치는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최고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어머니의 영전에 우승을 바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우승은 스타 선수도 없고 초짜 감독이 이끄는 ‘만년 꼴찌팀’의 대반란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최근 5년간 성적이 6개 구단 가운데 5-6-6-6-6위에 그쳤고 그동안 정규리그 승률은 0.205(39승151패)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위성우 감독과 전 코치가 들어서면서 반전을 준비했고 결국 꼴찌 반란을 완성시키며 이변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벤치에 있던 우리은행 백업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주전 선수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코트 위로 쓰러졌다. 그들을 쓰러뜨린 건 뜨거운 눈물이었다.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선수들의 등을 토닥였다. 외국인선수 티나 톰슨(19점·14리바운드)은 동료들을 꼭 안아 줬다. “우리가 우승을 하다니!” 그러나 우리은행 선수들은 맘껏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이들은 단체 조문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DB금융그룹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66대 53으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달 2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 만에 통합 우승까지 이뤄냈다. 우리은행이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쥔 건 통산 다섯 번째이며, 통합우승은 네 번째다.
챔피언 결정전 내내 맹활약한 ‘맏언니’ 임영희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 후 열린 통합우승 세리머니 때 위 감독을 헹가래쳤다. 이어 위 감독을 코트 위로 떨어뜨린 뒤 깔깔 웃으며 마구 발길질을 했다. 치가 떨리는 지옥훈련에 대한 보복이었다.
위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2연승 한 뒤 빨리 우승하려고 덤빌까 봐 걱정했는데, 전 코치가 모친상을 당해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또 실전처럼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고 훈련을 했는데, 그게 주효한 것 같다”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용인=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