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능한 기업인의 공직진출 막는 제도 보완해야

입력 2013-03-19 20:32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이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사퇴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과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드러낸 안타까운 일이다.

황 내정자는 1995년 맨손으로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전자장비산업 국산화를 일군 주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줄 중기청장에 그를 임명한 것은 20년 가까이 직접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벤처기업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기업들의 횡포와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 내정자는 공직을 맡으려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물러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은 본인과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총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한 달 안에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거나 주식 백지신탁위원회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700억원대 회사 지분을 갑자기 매각하면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알토란 같이 키운 회사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었던 황 내정자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문제는 자수성가한 창업 기업인들은 자신이 일군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공직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다른 성적을 올린 기업인들은 폐쇄되고 경직된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직자군(群)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유능한 인재들의 공직 진출을 아예 차단하는 법이라면 수정하는 게 마땅하다.

공직자윤리법의 주식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국민의 공복인 공직자들이 직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캐나다는 우리보다 엄격하게 직무와 상관이 없어도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업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경우 최초 신탁 자산을 매각하는 백지신탁과 달리 수탁기관이 회사의 지분과 연계된 권리를 행사하되 공직자가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어떤 회의나 정책 결정도 할 수 없도록 하는 백지운영계약을 통해 숨통을 터주고 있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능한 기업출신 인재들의 공직 길을 열어줄 묘수를 찾아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뒤늦게나마 창업 기업인이나 최대주주가 공직을 맡을 경우 직무 연관성과 상관 없이 보유 주식을 보관신탁하도록 하고 공직 퇴임시 평균 상승률을 초과하는 주가 이익을 사회환원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니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