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취업난민 한국 청년들 “귀국은 싫다”… KBS2 ‘추적 60분’
입력 2013-03-19 20:17
추적 60분(KBS2·20일 밤 11시20분)
축산 대국 호주엔 육가공 공장이 많다. 공장에서도 가장 업무가 고되다는 구역은 바로 도살장. 그런데 이곳 도살장에서 요즘 한국인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도살장 업무 강도를 이 같이 설명한다. “(죽은 가축의) 가죽 벗기는 일을 조금만 오래 하면 손 모양까지 변형돼요.”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이 도살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한 공장당 많게는 수백 명이 이곳에 취업하려고 줄을 섰다. 도살장 외에도 호주 노동시장 밑바닥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자리엔 한국인 청년들이 넘쳐난다. 술집 청소부, 노래방 도우미, 농장 잡역부….
방송은 호주에서 취업 난민이 돼 떠도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비참한 현실을 전한다. 가령 제작진은 브리즈번에서 만난 한 청년의 사연을 소개한다. 이 청년은 호주에 온 지 겨우 3개월 됐는데, 현재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그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카지노 때문. 그는 잠잘 시간까지 아껴가며 번 돈을 도박장에 쏟아 부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 불러온 비극이다. 문제는 이런 케이스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여행 가이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영어를 배우려고 호주에 왔다 성매매 여성이 된 사례 등도 전파를 탄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만난 한국인 청년들은 계속 호주에 체류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브리즈번 한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A씨(29)는 “가족들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한다. 이 청년뿐만 아니라 호주와 한국 중 어느 곳에 살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우리나라가 아닌 호주를 택한다. 강도 높은 노동과 언제 일터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현실. 도대체 왜 이들은 한국에 돌아오려 하지 않는 걸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