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1억원 기부천사 돌연 사과문
입력 2013-03-19 20:36
[쿠키 사회] 지난달 4일 평생 모은 1억원을 기부해 감동을 줬던 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 박우현(57·기원)씨가 돌연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울산지역 한 조간신문에 실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울산지역의 한 신문사는 19일자 2면 광고로 박씨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박씨는 현대중공업 생산직으로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매달 급여의 일부를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전국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박씨의 기부사실을 보도했다.
박씨는 사과문에서 “최근 대한적십자 울산지사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기부한 것은 맞으나 이는 박기연씨의 돈”이라고 밝혔다. 박기연은 박씨의 아들이다.
박씨는 “박기연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합당하지 못한 수입이 생겨 그 처리를 고심하던 중에 사회 환원을 결심했고 자신(박씨)을 대리인으로 세워 기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울산지역 A플랜트 업체에 근무했던 박씨의 아들은 지난해 12월 21일 울산지검으로부터 화력발전소 제출용 라이선스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사기)로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구속된 아들의 변호사 자문을 얻어 사회 환원하는 차원에서 기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사실과 차이가 나는 기사가 나가게 되고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끝맺었다. 박씨는 현재 모든 매체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박씨의 사과문 광고에 당황해 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가난한 농부의 6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박씨가 매달 급여의 일부를 떼어 모았고 그의 아내 역시 건설현장에서 부업 한 돈을 보탰다고 소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씨의 기부 소식을 듣고 좋은 일이라고 여겨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박씨와 면담해 자초지종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울산적십자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이 소식에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박씨의 기부금은 지난달 북구 화봉동 행복발전소 급식비용으로 이미 집행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아직 집행을 하지 않았지만 이 돈은 장물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집행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