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즉위식 소탈한 ‘프란치스코 스타일’

입력 2013-03-19 18:28 수정 2013-03-19 22:11

새 교황의 즉위 미사가 소탈한 ‘프란치스코 스타일’로 치러졌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마침 성 요셉 축일과 겹치는 19일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즉위 미사에서 성인의 신앙과 인품을 본받아 교회도 충실한 신앙생활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교황은 “보호자의 소명은 단지 그리스도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느님의 창조물인 환경을 존중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히 아이들과 노인들,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궁핍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이고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위 미사는 스스로를 ‘로마 대주교’라 지칭했던 교황의 성품을 반영하듯 과거보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교황은 5개 언어로 된 보편지향기도에 이어 손을 들어 강복(降福)하는 파견 예식을 끝으로 미사를 마쳤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20일까지 각국 축하사절과 종교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난다.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교황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예수의 수제자이자 1대 교황으로 추대된 어부 출신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이 새겨진 반지)를 받았지만 교황 앞에는 즉위와 함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교황 선출 후 첫 번째 국가원수 접견 상대로 만난 고국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그에게 포클랜드를 둘러싼 영국과의 분쟁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 포클랜드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에 동의해 왔다. 이에 영국 외무부는 포클랜드 문제에 교황청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바티칸과 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교황의 숙제다. 바티칸은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유럽 국가’다. 최근 대만은 새 교황 즉위 시점에 맞춰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 바티칸과의 외교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교황의 즉위 미사에 참석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다른 국가 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만 당국이 교황 즉위 선물로 유럽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까치가 그려진 도자기를 준비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