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들의 거짓말이 세계전쟁을 일으켰다”… 가짜정보로 인한 전쟁발발

입력 2013-03-19 18:28

스파이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영국과 미국 등 각국 정부의 비화가 영국 BBC 방송의 탐사 다큐멘터리 ‘파노라마’를 통해 18일(현지시간) 방영됐다. ‘세계를 바보로 만든 스파이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서방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한 과정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6개월 전인 2002년 9월 24일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을 정당화하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라크의 WMD 보유는 가짜인 것으로 판명났고 허위 정보에 기반해 전쟁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정보기관이 ‘커브볼’로 지칭한 스파이의 거짓말도 소개됐다. 본명이 라피드 아흐메드 알완 알 자나비인 커브볼은 이라크에서 탐지를 피하기 위해 이동식으로 된 화학 실험실을 트럭 위에 싣는 것을 봤다며 정보요원의 관심을 끌었다. 서방은 그의 날조된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커브볼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후세인의 WMD 보유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있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긴 했지만 WMD는 없다는 상황을 파악했었다.

CIA의 파리지부 담당이었던 빌 머레이는 “우린 그 어떤 정보보다 훌륭한 정보들을 만들어냈고 장기적으로 모두 옳았던 것으로 판명났다”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그 정보들은 폐기됐고 이용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이었던 마이크 잭슨 경은 “정보 측면에서 금으로 보이는 것이 황철광(금속 빛을 내는 광물)으로 판명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라크전 종료 후 WMD 정보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한 영국의 버틀러 경은 “블레어 총리와 정보기관이 자신들을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