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숭실대 한헌수 총장 “평양에 숭실대 재건… 통일한국 교육의 축 만들겠다”
입력 2013-03-19 18:27 수정 2013-03-19 10:16
미국 선교사 배위량(William M Baird) 박사가 1897년 10월 평양에서 문을 연 숭실대는 국내 최초의 종합대학이자 유일한 이산(離散)대학이다. 평양숭실은 1938년 자진폐교했고, 16년 만인 1954년 설립 허가를 받으며 서울에서 재건됐다. 숭실대 한헌수(55) 총장은 19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 한국을 바라보며 평양에 숭실대를 다시 세워 서울과 평양을 잇는 통일된 대한민국의 교육 축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총장은 “이 시대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4000달러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뤄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자살률로 인해 절대가치가 흔들리는 시대”라며 “이러한 시대는 숭실대에 기독교적 인성을 갖춘 통합형 리더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인재 육성을 위해 ‘기독교적 정체성 강화’,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혁신적 교육체계 정립’, ‘분권화되고 소통 능력을 갖춘 행정체계 구축’, ‘대학 역량의 10분의 1을 나눔과 봉사를 위해 활용’,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대학 조성’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만난 사람=태원준 사회부 차장
-숭실대를 ‘통일 한국의 교육의 축’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116년 전 세워진 평양숭실은 우리 본교의 마음의 고향이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현재 평양에 1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평양 숭실이 있었던 지역은 없어졌지만 우리 대학과 관련 있는 분들이 부지를 마련해 놨다. 평양과학기술대를 세운 분이 연변과기대 총장 출신으로 숭실대 동문이다. 연변과기대와 숭실대가 계속 협조하고 있다. 현재 평양숭실 설립기금을 모금하고 있고 준비위원회도 운영되고 있다.”
-‘기독교 정체성의 브랜드화’를 선언하고, 설립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했는데.
“숭실대의 건학이념은 ‘진리와 봉사’로, 이것은 기독교 정신 자체에 내재된 가치다. 그런 진리를 교육받고 세상에 나가서 봉사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교훈이자 건학이념이다. 숭실대는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농학과 등을 우선 개설했다. 실질적으로 삶에 적용 가능한 학문을 가르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아울러 우리 민족이 경제·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기독교 정체성의 브랜드화를 위한 계획과 기대 효과는.
“이 시대 대학 교육이 지식 주입에 집중해 인성교육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다. 숭실은 기독교 대학으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크다. 이를 위해 채플과 기독교 윤리에 관한 필수과목들을 운용한다. 사회봉사를 일정 시간 이수토록 장려하는 커리큘럼도 갖고 있다. 또 ‘숭실 기독교 박물관’을 적극 활용하고, 평생교육원을 통해 기독교계 전반에 교육 네트워크를 형성해 교계가 대학을 후원하고, 대학이 다음세대 리더들을 키워가는 교학협력 시대를 새롭게 열어 가고자 한다.”
-분권화되고 소통 능력을 갖춘 행정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모든 정보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어주는 게 소통이다. 예컨대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최소한 건물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짓는지 정도는 교무위원과 학과장 등이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 준비된 다음에야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어떤 제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융합 전공을 통한 혁신적 교육체계 구축이란 무엇인가.
“숭실대는 중소기업과 사회복지 분야, IT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중 IT는 거의 모든 분야의 인프라로 구축돼 있다. 때문에 IT를 기반으로 융합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 IT와 스포츠, 기계 분야를 융합하는 등 융합 분야를 특성화하려고 한다. 기존 교수님들이 각 과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새로운 융합 전공들을 만들어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 새로운 전공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폭을 넓히려고 한다. 융합 전공을 만든다면 정원은 늘지는 않고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교수들에게 많은 지원을 통해 이런 융합 전공을 적극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혁신적 교육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연간 연구비 500억원 수주, 재단 수익사업 발굴 등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연구비 수주를 위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기업 연구소를 유치한 뒤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교육과 연구가 재정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융합 분야들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연구비를 확충하려고 한다. 또 재단이 사업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학내 수익성 사업을 재단에 맡겨 보유 자산을 활용한 수익을 창출해 나가도록 돕겠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대학에 대한 지원이 연구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건 너무 획일적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대학에서 논문 잘 쓰는 교수들이 가르친 것은 아닌데 평가가 논문 위주로 되다 보니 교육에 중점을 둬야할 교수들도 논문에 매달리게 된다. 대학을 평가할 때 연구중심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하면 논문을, 교육중심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하면 교육을 평가하면 된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생각은.
“정부는 대학 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해 왔다. 심지어 방통대, 학점은행제도 만들어 국민 대다수를 대졸자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대학을 줄인다고 하고, 그러면서 원하는 학생들 다 갈 수 있게 등록금은 반값으로 낮추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국내 사립대학의 90%가 학교를 등록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작정 등록금을 낮추기보다는 각 대학이 등록금을 얼마나 교육에 재투자하느냐를 평가하고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한헌수 총장은
숭실대를 나와 연세대에서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며 어학원장, 정보통신전자공학부장, IT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문위원,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 과제기획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위원, 국제학술대회 SITA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인 김혜영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해 화가로 활동 중이다.
△전북 익산(55) △광주 살레시오고, 숭실대(전자공학),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숭실대 정보통신학부장 △숭실대 IT대학장 △지식경제부 R&D전문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심의 위원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