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부처간 엇갈리는데… 국민은 “올려라”

입력 2013-03-19 18:23


온 나라가 담뱃값(현재 2500원)을 2000원 인상하자는 법안에 떠들썩하다.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겠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흡연자 단체는 담뱃값 인상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법안 통과를 예상한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담배 판매량이 급증세를 보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담뱃값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로 인선된 정부부처 수장들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찬반 의견을 검증받기도 했다. 장관들은 맡은 분야에 따라 상이한 의견을 제시해 혼란을 부추겼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반면 담뱃값은 가장 싸다”며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2일 “담뱃값 인상은 물가, 저소득층의 담배 소비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담뱃값 인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국민일보는 19일 모바일리서치 전문회사인 오픈서베이를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200명씩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특징적인 결과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 찬성비율이 높고, 현재의 담뱃값을 별로 비싸지 않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담뱃값 2000원 인상 찬반의견에 대해 비흡연자 중 85.5%(171명)는 찬성했다. 흡연자 중에서도 3명중 1명(33.0%)은 찬성한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 반대 응답비율은 비흡연자 14.5%(29명), 흡연자 67.0%(134명)로 나타났다.

비흡연자가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접흡연 등 비흡연자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59.65%)로 당장 자신의 건강을 이유로 들었다. 금연구역을 늘리며 흡연권을 제한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흡연자들이 입는 피해가 심각함을 시사한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도 확인됐다. ‘흡연자의 건강이 나아질 수 있다’(14.04%), ‘복지에 쓸 세금을 마련할 수 있다’(13.45%),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11.70%)는 이유가 뒤를 이었다.

흡연자가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 이유 중에서는 ‘저소득층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응답이 35.07%로 가장 많았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더욱 많은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는 ‘소득 역진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흡연자 권리가 침해 받는다’(29.85%), ‘물가 오름폭에 비해 담뱃값 인상 폭이 크다’(24.63%) 순이었다. ‘사재기 후 유통, 밀수 등 불공정행위가 걱정된다’는 이유도 10%에 가깝게 집계됐다.

흥미있는 현상은 비흡연자는 물론 흡연자도 현재 담뱃값이 비싸지 않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비흡연자의 64.5%는 2500원 수준인 현재 담뱃값이 싸다고 인식했다. 흡연자의 52.5%는 현재 담뱃값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흡연자 사이에서도 싸다(24.5%)고 느끼는 응답자가 비싸다(23.0%)보다 많았다.

또 흡연 여부에 따라 법안 발의의 목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비흡연자의 64%는 금연 유도 등 건강 증진을 담뱃값 인상의 목적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흡연자 중 70.5%는 정부가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파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