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60원 치솟아… ‘롤러코스터 환율’ 왜 이러나
입력 2013-03-19 18:12
원·달러 환율이 널을 뛰고 있다. 연초 1050원 밑으로 추락할 것 같더니 어느새 11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락과 급등을 오가는 환율에 우리 경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3원 내린 111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앞서 8거래일 연속 상승했었다. 지난 1월 11일 1054.70원과 비교하면 무려 60원 가까이 뛰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얼마 전까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환율은 지난해 5월 말 1180.30원에서 지난 1월 초 1050원 선까지 추락했다. 치솟는 원화 가치에 대통령마저 근심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선제적·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한 배경에는 달러화 가치 상승이 있다. 최근 미국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적완화가 끝나면 시중에 풀었던 달러화를 회수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1% 늘어났다.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소비 회복에 다우지수도 연일 상승세다. 주말 조정을 받기 전까지 다우지수는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다 키프로스 사태로 유로존 위기가 증폭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다.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하면서 높은 이자세를 부과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의 예금자까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다.
북한 리스크도 환율 상승에 한몫을 했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두고 연이어 강경 도발을 이어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세계적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가 신흥국 ETF 벤치마크지수를 변경하면서 국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도 환율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뱅가드의 지수 변경으로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상승 흐름을 타면 수출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바람에 국내 기업은 울상을 짓고 있다. 원화 가치가 높든지 낮든지 일정한 수준에서 움직이면 대응전략을 짜기 쉽지만 변화 폭이 크면 수출입에서 제때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강세를 보이다가 조정국면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변동성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는 결국 기업의 대응비용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