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재로 만들고 “신소재” 허위 계산서로 꿀꺽… 부품·소재 연구비 80억 삼켰다

입력 2013-03-19 18:08 수정 2013-03-19 22:04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개발 업체들이 연구 성과를 부풀리거나 연구비를 유용한 사실이 대거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기술개발 수행기관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5∼9월 실시한 부품·소재산업 감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업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지원금 58억원을 받고 선박엔진용 밸브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것과 다른 제품을 제작하고서도 연구를 정상적으로 마친 것처럼 보고했다. 이 업체는 과제와 무관한 재료 20억2000만원어치를 산 뒤 연구용 니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21억67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2008년 38억원 규모의 소재 개발 사업을 맡은 B업체는 기존 소재로 시제품을 만들어 놓고 신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고서를 올렸다. C업체는 2009∼2010년 정부 과제를 진행하면서 과제와 상관없는 자체 설비를 들이는 데 정부 출연금 4억원을 썼다.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D씨는 연구원 창업보육센터 내에 유한회사 E업체를 설립하고 외부 기관이 연구원에 의뢰한 외부 용역 11건을 E업체에 넘겼다. D씨는 이 과정에서 용역비 16억9000만원을 챙기고 인력과 장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연구원에 5700여만원의 손해까지 입혔다.

이 밖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장비를 산 뒤 차액을 빼돌린 업체 대표들도 적발됐다. 사지도 않은 장비 대금을 청구해 회사 경영자금으로 쓴 업체도 있었다. 감사원은 관련자 14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또 문제가 된 업체들의 사업비 80억여원을 환수 조치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