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탈래?” “곧 엄마 와요”… 역할극 통해 대처법 배운다
입력 2013-03-19 17:52 수정 2013-03-19 22:50
초등생 성폭력 예방 첫 활동수업 현장 르포
학생 A : “미연이가 새 책을 학교에서 받아 책가방이 무겁습니다. 책가방을 들고 가는데 자동차 한 대가 미영이 앞에 멈췄습니다. 차 안에는 이웃집에 사는 대학생 오빠가 타고 있었습니다.”
학생 B(성폭력범) : “미영아 집에 가는 길이니? 가방 무거워 보이는데 차에 탈래?”
학생 C : “괜찮습니다.”
성폭력범 : “무거운 것 들고 팔 아프면 키 안 큰대. 어서 타라.”
학생 C : “조금 있다가 엄마가 오기로 했어요. 괜찮아요.”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신리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성폭력 예방 수업에서 6학년생 3명이 만들어낸 역할극의 한 부분이다. 학생 A는 설정된 상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학생 B는 성폭력범을, 학생 C는 상황에 대처하는 초등학생 역할을 각각 맡았다. 비록 익숙한 이웃 사람이라도 납치범 내지는 성폭력범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설정된 역할극이었다.
이날 신리초 성폭력 예방 수업은 6학년 1반 30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 수업은 교육과학기술부·법무부·여성부가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초등학생용 성폭력 예방 교재의 표준 교수 방법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날 수업은 1년에 3시간씩 의무화된 초등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 수업의 전국 표준이 된다.
수업은 학생 참여가 핵심이다. 교사가 낮선 사람이 접근하는 등 기본적인 상황을 동영상 등으로 설명한다. 제시된 기본 상황에 대해 학생들은 조를 이뤄 대처방법을 자발적으로 논의한 뒤 발표한다. 발표된 대처법들로 학생들이 역할극을 꾸민다. 40분 수업 시간 가운데 10여분은 교사 설명, 동영상 시청이고 나머지 30분 정도는 조별 토론과 발표 그리고 역할극으로 구성된다.
이날 교사는 4가지 기본 상황을 제시했다. △엄마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 △아는 아저씨가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함께 병원에 가자고 할 때, △학원 선생님이 내 몸을 만지려고 할 때, △낯선 아저씨가 강아지와 게임기를 보여준다며 집에 가자고 할 때 등이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현주 보건교사는 “경찰 신고가 어려우면 주변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른이라도 분명하게 싫다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당부했다.
수업을 들은 윤수이(13)양은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른 친구들이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제가 도와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용인=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