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경제의 봄은 언제 오는가?
입력 2013-03-19 19:46
유독 눈 많고 추웠던 겨울이 물러가고 따사로운 봄이 왔건만 경제의 봄은 언제 올지 감감하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하락으로 경기침체는 더욱 악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영업의 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고용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특히 20대 고용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한국경제의 봄은 다른 나라보다 빨리 왔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미국과 일본은 오랜만에 경제의 봄을 맞는 증시의 축하 잔치로 연일 활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우리 증시는 지루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봄은 고사하고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악화로 겨울 한파가 더욱 깊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본격적인 회복세를 의심 받던 미국경제는 실업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완만하나마 견조한 회복국면에 확실하게 진입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경제 호전을 배경으로 다우지수는 작년 11월 저점 대비 15% 상승했다. 더구나 벤 버냉키 연방은행 의장은 미국경제가 양적 금융완화 정책으로 2015년에 3%대 성장률, 5% 실업률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의회에 보고했다.
일본은 더욱 가관이다. 주가지수는 작년 11월 최저 수준 대비 45%가 올랐다. 일본 증시의 급등세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강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양적 금융완화와 엔화 약세로 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는 대신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은 임금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돕고 있다. 불과 집권 석 달 만에 아베노믹스는 장기 불황으로 지치고 지친 일본 국민들에게 모처럼 활력을 주고 있다.
물론 미국의 양적 금융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불확실하고, 장기적으로는 더욱 낙관하기 어렵다. 버냉키 의장의 양적 금융완화 정책이 심각한 금융거품을 조성하고 있다거나 금융완화로 미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문제와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로 회생하리라는 낙관론은 아직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경제의 변화에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 틀이 분명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정책 틀을 국민들에게 설득해 경제활동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미국과 일본 경제는 경제 회생을 향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경제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4주째를 맞고 있으나 경제정책의 수장조차 임명되지 못하고 있으니 장관들이 언제 현안을 파악하고 정책을 조정하여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인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지 못한 채 매를 맞기 바쁜 기업들은 관망세로 손을 놓고 있다. 미래창조경제가 새 정부 경제정책의 틀이라고 하나 국민들에게는 공감이 약하다.
정책의 내용이 여하간에 핵심은 ‘반전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다.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렇게 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를 일으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정부는 과제별이 아니라 경기, 부동산, 가계부채 등 전반에 걸친 종합대책을 속히 마련하여 기업과 가계를 격려하고 설득해야 한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경제 전반에 확산될 때 비로소 한국경제의 봄소식이 온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식어가고, 국민들은 경제의 봄을 기다리는 데 지쳐가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경제는 아직도 겨울인데 정부 대책은 감감하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