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10년] 재주는 미국이 넘고, 돈은 터키·요르단이…

입력 2013-03-19 17:29

“그 파괴, 죽음, 인간의 비참함과 외상으로 남은 후유증이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정치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아니면 양쪽 모두에서.”

캐나다 워털루대 모하메드 엘마스리 교수의 말이다. ‘명분 없이 불필요한 살상을 초래했다’는 평을 받는 이라크 전쟁이지만 수혜자는 의외로 많았다. 전쟁에 막대한 사람과 물자를 퍼부은 미국으로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 격이다. 정작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라크는 재주만 넘은 정도가 아니라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터키를 지목했다. 전쟁 발발 당시 영공 통과와 군대 주둔 문제를 놓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했던 터키는 전쟁 이후 대이라크 수출을 해마다 25%씩 늘리는 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수출액이 108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말쯤이면 이라크는 독일을 넘어서 터키의 주요 수출국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쟁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목한 ‘악의 축’인 이란에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분석도 많다. 이란과 이라크는 1980년대 100만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었을 정도로 관계가 나빴다. 그러던 것이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몰락하면서 사이가 좋아지게 된다. 이라크에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라크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수니파와 시아파의 내분으로 중동에서 예전 같은 위치를 차지하기 힘든 상태다.

요르단도 빠질 수 없다. 요르단은 이라크전 이후 친미 노선을 걷는 대가로 막대한 경제 원조를 받으며 나라 살림을 꾸리고 있다. 사담 후세인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던 이스라엘도 전쟁이 고마울 따름. 포린폴리시(FP)는 ‘문명의 충돌’ 저자 새뮤얼 헌팅턴,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 중국, 전쟁에 반대했던 ‘구 유럽’ 등을 전쟁의 승자로 짚은 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면에서도 이 목록에 미국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라크의 친미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 전망하려면 아직도 한참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라크전이 과연 가치 있었는가를 묻는 ABC방송·워싱턴포스트(WP)의 전쟁 10주년 공동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8%가 비용 대비 전쟁의 효용이 적다고 답했다. 10년 전인 2003년 3월에는 80%의 미국인이 전쟁을 지지했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