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이 땅에서 하늘의 시민권 지닌 자로 살아야”
입력 2013-03-19 17:24
‘하나님의 부르심’ 출간한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 송태근(58) 목사는 목회자의 리더십은 강단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그는 목사를 설교자요 복음전파자라고 정의한다. 목회는 성도들에게 말씀을 잘 먹이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송 목사에 따르면 설교자는 하나님의 진의(眞意)를 청중들에게 전달할 사명이 있는 자다. 설교자는 성경과 현장 사이에서 하나님의 진의를 전달하며 성도들이 일상의 삶에서 그 진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 시대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아픔을 인식하며 하나님의 필요를 인식할 때에 바른 설교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성경 원문에 대한 깊은 주해(註解)를 한다. 성경의 역사적 배경 및 상황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설교문을 작성한다. 말씀과 제자훈련을 목회 철학으로 삼은 송 목사의 설교는 청중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진심을 느끼게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송 목사는 지난해 7월, 19년 동안 섬겼던 강남교회를 떠나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로 부임했다. 전임 전병욱 목사가 워낙 화제의 인물이었기에 그의 삼일교회 행은 한국교회의 뜨거운 뉴스였다. 1년만 더 목회하면 원로 목사 자격을 가질 수 있는, 60대를 바라보는 그가 젊은이들이 넘치는 삼일교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삼일교회에 부임한 직후 그는 24주 연속으로 빌립보서 강해 설교를 했다. 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이 감옥에서 빌립보 성도들에게 쓴 서신서. 감옥 안에서도 “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최고다”라고 외친 바울의 천국을 향한 열정이 들어 있다. 송 목사는 이 설교 내용을 묶은 ‘하나님의 부르심’(성서원)이란 책을 출간했다. 최근 삼일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송 목사를 만났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담임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삼일교회 성도들에게 빌립보 교회가 필요로 했던 기쁨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심정 때문에 빌립보서 강해 설교를 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삼일교회로 온 것에 대해 ‘부르심’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물론 그는 강남교회에서 안락하게 목회를 마감할 수도 있었다. 2011년 10월, 삼일교회로부터 공식적인 청빙 요청을 받았을 때에 그는 일단 거절했다. 이후 요청이 지속되자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기도 가운데 강남교회 내에 ‘송태근 목사’라는 한 인간의 영향력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회 초년병 시절부터 “사람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 바라보자”고 다짐했건만 정작 교회 내에서 성도들은 목회자인 자신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자신으로 인해 강남교회 성도들이 더 깊은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기도에 더욱 매달렸다.
그는 오래전부터 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청년들과도 소통을 잘한다. 강남교회에도 1500여명의 청년들이 출석하고 있었다. 그래서 삼일교회에 그득한 청년들이 목자 없이 방황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누군가는 그들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이 그를 삼일교회로 이끌었다. 송 목사는 이 모든 과정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이었다고 믿는다.
송 목사 부임 후 8개월이 지난 지금 삼일교회는 많이 안정됐다. 한때 8000명까지 내려갔던 출석인원도 전임 목사 시절인 1만3000명에서 1만4000명 수준으로 올라갔다.
“부임해 보니 성도들의 마음이 너무나 찢겨 있더라고요. 과거 삼일교회를 설명해주는 키워드가 집중과 반복, 즉각성이었습니다. 교역자들의 사역 태도를 상징하는 단어는 동원과 확인이었고요. 저는 제자훈련하면서 설교에 집중하는 스타일입니다. 저의 목회 철학대로 말씀을 먹이며 성도들로 하여금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다보니 점차 안정을 찾더라고요.”
그는 삼일교회 청년들에게 엄청난 영적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에겐 기성세대에게서 맡을 수 없는 풋풋한 영적 향기들이 있었다. 마음속에 올바른 영적 가치를 심어주면 하나님을 위한 위대한 일들을 이뤄낼 하나님의 자원들이었다.
이 책에서 송 목사는 우리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이 땅에서 하늘의 시민권을 지닌 자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빌립보서에는 로마의 시민권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빌립보 도시 속에서 ‘하늘의 시민권’을 주장한 바울의 외침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깊이 음미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는 책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 특히 청년들은 늘 ‘저지대(低地帶)’로 내려가려는 의식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늘의 시민권이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법칙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칙에 의해서 살아야 합니다. 늘 하나님의 마음이 가 있는 곳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고지대가 아니라 저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따르면 부르심은 하나님의 호출이다. 부르심이라는 용어 자체가 내포하는 것은 인생의 주도권과 결정권이 내겐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단순히 군사입니다. 군사의 유일한 삶의 목적은 부르신 이를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부르신 이를 위해서 기꺼이 모욕을 당하고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것이 군사입니다. 크리스천들에겐 인생 모든 현장이 부르심의 장소입니다. 자신이 거하고 있는 그곳에서 천국 시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송 목사는 ‘CBS 성서학당’의 인기 강사다. 내공이 강하다. 이번 책은 그가 쓴 다섯 번째 책이다. 그는 열심히 책을 읽는다. 한달에 집중해서 읽는 책이 10권 남짓, 훑어보는 것까지 포함하면 수십 권 된다. 존 스토트의 ‘기독교의 기본진리’, 김세윤 박사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오스 기니스의 ‘소명’ 등이 그가 사랑하는 책이다. 존 맥아더와 A. W 토저, 헤르만 바빙크의 책들도 탐독한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