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아이들 TV에 나오면 너무 안타까워… 호박죽 팔아 기금 기부 ‘행동하는 주부’ 김미자씨
입력 2013-03-18 20:38
“TV에서 굶는 아이들이 나오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우린 이렇게 풍족하게 사는데 같은 시대를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미안해서….”
김미자(60·여)씨는 솥 2개가 겨우 올라가는 좁은 가판대 ‘꿈꾸는 호박죽’을 끌고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 공릉2동 주민센터 앞에서 매일 호박죽을 판다. 한 그릇에 2000원, 세 그릇에 5000원으로 값은 저렴하지만 맛이 좋아 단골도 있다.
김씨는 하루에 죽을 팔아 모은 5만∼10만원을 바로 통장에 저금하고, 이 중 매달 40여만원을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김씨는 계속 기부할 형편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5월부터 호박죽 장사를 시작했다.
김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박죽을 팔아 기부하고 남은 돈으로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다”며 “학교를 지으면 아이들이 공부도 하면서 끼니도 때우고 뛰어놀 수도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김씨는 8개월간 모아둔 500만원을 탄자니아에 새로 문을 연 다일공동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기부금과 함께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자피아노 2대도 보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김씨는 교회에서 처음 피아노를 본 뒤 느꼈던 새로운 세상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내가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마음처럼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싶어 피아노 선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호박죽 1만원어치 사는 사람도 저에겐 큰 고객”이라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스스로 기쁜 마음에 나누고 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